흥청대는 공기업 대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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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부채·과잉복지가 만연한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수술하기 위해선, 먼저 재무 정보를 자세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게 정부와 외부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현오석 부총리가 14일 공공기관장 간담회를 통해 295개 공공기관에 대해 “부채 발생 원인을 올해 말까지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기관장들은 현 부총리의 요구를 “반성과 자각의 계기로 삼으라”는 의례적인 훈시로 받아들였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박근혜정부가 전임 정부와 선을 긋고 임기 내내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수술키로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어느 정도씩 나눌지 판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A라는 기관의 부채가 정권 차원의 국책사업 때문에 커진 것인지, 아니면 기관 고유 업무 때문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부총리가 거론한 자료가 공개되면 이를 언론·시민단체·외부 전문가가 평가하고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회와 정부의 견제 역할도 강화돼야 하지만, 공공기관 운영의 대원칙은 자율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기관 스스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우태 홍익노무법인 노무사는 “지금처럼 기관장이 노조와 타협하는 구조에서는 개혁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도 수술 대상이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인사권이 사실상 마비되는 것은 노조의 경영 개입 관행이 심각하기 때문인데, 처음부터 공정한 사람이 선임돼야 경영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공공기관에 자율성은 충분히 주되 정부가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는 원칙론으로 의견이 모인다.

 정부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적 목적으로 공공요금을 원가보다 싼 수준으로 묶어두고, 시간이 지나 적자가 쌓이면 공기업에 부실 책임을 묻는 일이 사라져야 정부도 공공기관 개혁에 명분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은 “이명박정부 이후 지난해 말까지 공공부채가 204조원이나 늘었다”며 “ 공기업이 정부 정책을 대신 수행해온 데다, 공공요금도 과도하게 묶인 것이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럴 해저드성 단협이라고 비판하는데, 일부의 사례를 전체 공기업의 문제로 잘못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특별취재팀=김동호·최준호·이정엽·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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