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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밀수사건의 접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동안 비교적 잠잠한 듯 했던 대규모 밀수사건들이 최근 또다시 꼬리를 물고 적발되고 있어 국민에게 비상한 충격을 주고 있다. 요 며칠사이에 보도된 것만 하더라도 청와대 사정보좌관 실 및 검찰 합동수사 반이 적발한 연 4년간의 중국선적선박을 통한 대규모 밀수조직을 비롯하여 치안 국 외 사과가 적발한 유럽계 금괴밀수조직, 그리고 관세청 서울심리분실이 검거한 영사기재 등의 대량 밀수사건 등 큼직한 사건이 3건이나 거의 때를 다같이 해서 검거된 것이다.
규모의 대소를 막론하고, 밀수행위가 한나라의 경제질서를 크게 교란할 뿐만 아니라, 그로써 재래되는 공서 양속의 교란 등 반사회성 때문에 가장 엄중한 처벌을 받는 범죄임은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이 망국적 밀수행위를 5대 사회악의 으뜸으로 지적, 사형까지를 포함한 중죄로 다스리고 있는 것도 다 아는 바와 같다.
그런데도 이 같은 밀수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도리어 그 규모가 커지고, 그 수법 또한 날로 악랄 교묘해가고 있음은 통탄을 금치 못하는 바로서, 특히 이번에 적발된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밀수조직들의 암 약 상은 이를 4년간이나 묵인 또는 동조했을 것으로 진단되는 세관·해운 국 등 관계기관원들의 독식혐의와 관련해서 사회전체에 다시 한번 커다란 경종을 울려준 사건이라 해야할 것이다.
어느 밀수사건 치고서고 예외가 있을 수 없는 것이지만, 특히 연 4년간이라는 장기간 수10억대의 금괴·시계·보석 류 등을 무사하게 국내에 반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조직이나 수법의 교묘 성과 함께, 우리 나라 감시조직망에 그만큼 엉성한 구멍이 뚫려있었음을 단적으로 반증하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규정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 들어온 모든 외항선박이나 항공기에는 그 선박·항공기가 출항할 때까지 세관원들이 승선하여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엄격한 승 감 규칙이 있을 뿐 아니라, 일단 양육된 밀수품의 처분과 유통과정에서도 이를 수시로 체크 할 수 있는 감시·수사 조직이 빈틈없이 짜여져 있었던 것으로 국민은 믿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전기한 부산사건의 경우, 이 조직의 총 두목 최완수가 시내 한복판에 버젓이 위장점포를 차려 놓고 호화스런 생활을 영위해오면서 통선 선장들을 매수하고, 밀수품의 지정된 처리·판매 루트까지 오랜 기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이들 세관·수사당국의 직무유기 없이는 불가능했으리라는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이 사건을 적발한 사정 및 검찰당국의 세관·해운 국 등 관계당국자에 대한 배후수사의 진전을 격려하면서 예의 그 결과를 주시하려고 한다.
한편 우리 나라의 밀수품 중 특히 인기품목이라 할 수 있는 금괴·고급시계·귀금속·보석 류·화장품 등은 그것들의 국내가격과 해외시장가격 사이에 심한 격차가 있을뿐더러, 사회일반의 상당한 수요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할 줄로 안다. 금값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인기품목들의 가격이 외국에 비하여 2∼3배씩이나 비싼데다가, 그와 같은 사치품에 대한 사회적 수요도가 상식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밀수 배들의 군침을 돋우게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나라 상층사회의 기강문제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오직 근면·검소한 생활과 피땀 흘려 일한 자만이 잘 살 수 있는 사회풍토를 건설해야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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