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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공회담과 한반도 정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닉슨」미국대통령과 주은래 중공수상은 25일 밤 5차 회담을 끝내고 「닉슨」이 주최한 만찬회에서 각각 양국관계 정상화를 다짐하고 『각기 다른 체제나 가치관을 가진 국민들도 평화 공존할 수 있으며, 상이한 이념에 대한 승부를 전쟁보다는 역사가 판가름하게 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세우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작 미·중공정상회담에서 무엇이 논의되었으며, 또 어떤 합의가 이루어졌는가는 아마도 「닉슨」대통령이 중공을 떠나기 직전에 발표될 것으로 예측되는 공동「코뮤니케」가 나와야만 비로소 정확히 알게될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노출된 양국 수뇌 측의 태도나 회담에 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해보건대 회담은 미-중공관계 개선문제에다 중점을 두고 있고, 또 이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큰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 미-중공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도 양국이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공존을 추구키 위해서는「선 수교·후계 쟁 문제해결」의 과정을 밟게 되리라는 예측이 유력했었는데, 회담진전상황을 보면, 이러한 예측은 대체로 적중해 가고 있는 듯 하다.
미·중공이 전면적으로 수교하기 위해서는 미-중공간의 국제문제인 동시에 중국의 국내문제인 대만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이 대담문제에 관해서는 양국 측의 이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으므로 이 문제의 해결은 장 차의 정치적 숙제로 남겨두고 우선은 반공 식 적인 수교의 길을 터 놓고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반공 식 적인 수교』의 구체적 방법이 무엇인가는 앞으로 양국의 외교실무자들이 결정할 것이지만, 아마도 미-중공은 서로 상대국 수도에다가 외교연락 소를 설치하든지 혹은 「캐나다」같은 제삼국에 외교연락 소를 설치함으로써 부원 양국간에 정식으로 외교사식을 교환할 수 있도록 준비작업을 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공 두 나라는 중공의 주변 국가문제이면서 동시에 미-중공간의 숙명적 계 쟁점으로 돼있는 국제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깊숙이 다루기를 원치 않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는데 이는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미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서 월남문제 해결을 서두를 생각이었던 모양이나, 중공은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회피하고, 미-월맹의 회담을 주선할 용의가 있음을 조심스럽게 표명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미-중공간의 흥정으로 월남문제를 해결코자 할 경우,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월맹이 중공과의 유대를 끊고, 소련 측에 결정적으로 기울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반도문제에 관해서도 사정을 대동소이하다. 미-중공간의 흥정으로 현상동결의 선에서 긴장을 풀기 위한 조치에 관해서 어떤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김일성 일당은 북경을 버리고 「모스크바」에 의존, 계속 종전의 강경 노선을 고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닉슨」대통령이 북경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북괴외상 허 담이「모스크바」를 방문, 『반미공동투쟁』을 강조한 사실을 크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공은 그 대미접근정책으로 말미암아, 월맹이나 북괴가 그 장 중에서 이탈하여 친소 노선으로 기우는 것을 결코 원치 않고 있다. 따라서 소련은 이 약점을 재빨리 이용하여, 월맹이나 북괴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소련은 미-중공접근이 공산권을 분열시키려는 책동으로 단점, 미-중공간의 접근·화해무드 조성에 겁을 먹고 있는 공산정권들을 회유하는데 지금 한창이다. 그리고 이 같은 처지는 미국과 그 우방국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급속한 대 중공 접근이 그 보호 하에 있던 맹 방 제국으로 하여금 예민한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게 된다면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깊이 두려운 일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60년대, 미-소의 평화공존은 한반도정세를 안정시키는 기본요소였고, 동시에 미-중공간의 적대적 대립은 이를 불안케 하는 기본요소였지만, 지금은 그와 정반대의 사태가 조성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미-중공간 해빙무드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정세가 여전히 엄중하다고 말하는 근본이유이다.
유럽에 있어서는 중공의 영향력이 거의 미치지 못하는 탓으로 미-소의 평화공존이 곧장 동·서독의 평화공존이나 불가침조약 체결의 기운으로까지 성숙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는 세계4강이 대립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설령 미-중공이 평화공존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남북한이 빠른 시일 안에 평화 공존할 가능성이란 거의 희박하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평화무드에 놀아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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