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진 나무-유경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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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벗겨진 나무…
햇볕은 어디서 아지랑이
짜고 있을까. 들어난 나이테에
시린 가슴 팍
입숙과 입술이 맞닿을 때
냉이국 씁슬하듯 꼭 그렇게.
외국의 꽃이 피지 않을
추운 이마에
진달래든 개나리든 살구꽃이든
한국의 나비는 어디로 올까
봄의 물소리 그 갈피에
산은 멀리 엇시조로 풀어지고
벗겨진 나무…
지금쯤 햇살은 끓이고
있을까, 아지랑이
바람 뭉쳐 나비인 듯
청산 그림자 질 냇물 없어
봄 디디고 올 돌다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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