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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만식초 사건의 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민의 식생활에 있어 쌀·보리 등 주식과 함께 모든 부식품의 근간이 되는 된장·간장·고추장·식초 등 조미료가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하는가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록 기호품이라 할지라도 술·담배·다류 등도 국민의 일상생활에서는 하루라도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의 성격을 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생활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이러한 주·부식품이나 일용 기호품들의 질을 높이고, 적절한 공급통로를 마련하는 일은 인류역사가 시작한 이래, 모든 민족들의 자연발생적인 관심사요, 또한 노력의 초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느 나라치고서 그들만의 고유한 스테이플·다이어트의 습관과 함께, 풍토색 짙은 기호 음식품을 안 가진 민족이 없는 것은 이 때문이라 하겠다. 따라서 만일 국민의 일상생활을 지탱해주는 이같은 주·부식품이나 기호품에 협잡과 부정이 끼어 들어 국민이 그것들을 마음놓고 먹을 수 없는 사태가 조성된다면 이는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로서 마땅히 가혹한 처벌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 점에서 최근 수년래, 정부가 날로 창궐기세에 있는 각종 부정·불량식품을 5대 사회악의 하나로 지적, 가중처벌법까지 제정하여 쉴새없이 적발해오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같은 견지에서 우리는 지난 1일이래 서울시경이 벌이고 있는 서민생활 침범사범들에 대한 중점적발의 결과로 알려진 이른바 환만식초 사건의 귀추를 날카롭게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의 환만식초가 과연 인체에 유해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경찰 및 보사당국 사이에 아직도 이견이 있는 듯하나, 어쨌든 그 경위 여하를 불구하고 60%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대기업체가 국민의 일용적 식료품인 식초제조에 유해방부제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혐의를 받게된 사실자체만으로도 시민은 치를 떨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는 식초제조의 전 단계인 술을 만드는데도 흔히 유독 방부제를 사용한다하여 자주 말썽이 빚어지곤 했었다. 이리하여 우리 나라에서는 막걸리·소주·정종 할 것 없이 조금만 과음하여도 골치가 아프게되는 엉터리 술들이 범람하고 있는 것이며 『카바이드 섞인 술』,『메틸·알콜 성분이 섞인 가짜 정종』등 세계를 통해서도 유례를 볼 수 없는 살인주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밝혀진 통계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에 우리 나라 사람들이 마신 술은 물경 8천6백96만8천3백50말이라는 엄청난 숫자에 달하고 있다. 이것을 성인남자 8백만 명으로 나누어 보면 1인당 약 11말을 마신 것으로 된다. 이 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주당들의 술 소비량은 실로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술 속에 유해방부제나 유독성 물질이 함유돼 있다고 하면 술은 곧 독이 될 것이요, 주당들은 관성중독환자로 되고 말것이다. 이 점에서도 술이며 청량 음료수 등의 철저한 검사가 요망된다고 하겠다.
10일 서울시경의 이 국장은 부정식품 제조판매업자에 대해서는 극형까지 할 수 있는 법개정을 건의하겠다고 말하면서 차제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부정식품 제조판매업자를 일망타진하겠다고 했거니와 우리는 그를 격려해마지 않는다. 우리는 시경뿐만 아니라 전 경찰과 검찰이며 보사부 등이 합심하여 부정불량식품을 적발하고 행정처분할 것이며 사직에 고발해주기를 바란다.
현재의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부정식품 제조업자 등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있기 때문에 이 법만이라도 철저하게만 적용하면 보건범죄는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환만식초 사건의 뿌리는 결코 어느 특정업자만에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서민들이 마음놓고 음식물을 사먹을 수 있도록 국민의 마음과 사회기풍의 정화를 서둘러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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