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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바람」막는 포석|적극 외교의 전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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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 들어 총력 안보 외교를 목표로 내건 정부는 최근 ①경제 기술 협력 사절단의 파견 ②초청 외교의 강좌 ③각종 국제 기구 및 국제 회의 참여 등 적극적인 실천 방안의 일부를 지시했다.
이러한 방안들은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것이 창안된 것은 아니지만 종래의 우호·친선 추구에서 구체적 협력 사업을 통한 유대 강화로 실천 「패턴」을 적극화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72년은 중공이 「유엔」 가입으로 국제 사회의 적자 취급을 받게된 다음의 한해라는 점에서 한국 외교의 시련기가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즉 작년 「유엔」 총회에서 중공의 가입이 이루어졌을 때와 같은 광란의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았다고 보지만 적어도 중공 가입의 여파가 가장 크게 작용할 것이 분명한 올해는 우리 외교가 여러 면에서 다사다난할 것은 짐작할 만한 일이다.
중공의 국제 진출 바람에 편승한 북괴의 책동이 각 분야에서 강화될 것이라는 기본적 정세 판단에서 내다본다면 우리 외교의 시련은 가까이는 각종 국제 회의, 국제 기구로의 북괴의 진출 저지에서 생길 것이고 멀리는 「유엔」을 목표로 한 남북한 동시 초청 내지 분단국 동시 가입론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본적인 정세 판단이 한국 외교를 안보 외교의 가치 밑에서 적극화시키는 요인이 된 것은 다시 말할 것 없이 분명한 일이다.
25개국을 순방하게될 경제 기술 협력 사절단의 파견은 그런 의미에서 안보 외교의 제1탄 발사라고 하겠다.
사절단의 파견을 「유엔」에서의 표 확보를 목적으로 매년 해오던 연례 행사였다.
그러나 연초에 앞당겨 파견되는 이번 협력 사절단은 그 성격과 기능이 크게 다르다.
동·서부 「아프리카」 및 중남미에 파견될 3개 반의 사절단은 25개 대상국과 경제 및 기술 분야의 구체적 협력 사업을 맺음으로써 한국과의 유대 관계를 보다 근본적으로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종래의 친선 사절단은 각국을 돌아다니며 「유엔」 안에서의 한국 입장 또는 우리의 「유엔」 정책을 설명하고 지지표를 「부탁하는 외교」의 전형이었다.
이러한 친선 사절단은 그 방식의 소극성, 효과의 단기성 때문에 항상 비난을 받아왔을 뿐더러 중공 바람이 거세게 부는 지금의 상황 아래서는 각국과의 관계를 좀 더 깊이 강화할 수 있는 「사절단 외교」가 필요했고 여기서 협력 사절단의 파견이 제1차로 시도된 것이다.
이들 사절단은 방문하게 될 25개국과 적어도 한가지씩의 협력 사업을 맺을 수 있는 준비를 갖추었고 그 범위 안에서는 이번 방문 길에 당 해국과 필요한 합의, 또는 결정을 처리할 수 있는 전권을 띠고 있다.
협력 사업의 구체적 내용도 상당히 다양하다.
경제면으로는 소규모의 경제 원조 내지 차관 공여, 당 해국의 수출 산업 지원과 이를 위해 필요한 경우의 정책 수입, 합작 투자 등의 계획이 마련되어 있고 기술면에서는 중남미 국가에 대한 원양 어업 기술 협력, 「아프리카」의 의료 협력, 기타 필요한 정부의 기술자 인력 진출 등이다.
특히 개발도상 국가의 선두 「그룹」에서 중진국으로 발전해 나가는 경제 개발의 경험이 그들 국가에 상당히 관심을 끌고있는 만큼 이러한 면에서의 협력 관계도 개척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사절단이 대상 국에 갖고 갈 「패키지」는 모두 돈이 덜 드는 것으로 꾸려져 있는데 그것은 우리의 경제 형편상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번에 대상국으로 선정된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이 중공과 북괴의 집중 투자 대상국과 인접해 있다는 관점에서 돈 덜 들인 「패키지」가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느냐는 것은 그 지역의 특성에 맞춰 필요한 부분을 얼마나 파고 들 수 있는 협력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사절단 파견이 밖으로 내보내는 외교라면 안으로 끌어들이는 외교라 할 수 있는 초청 외교도 그 집중적인 효과를 주안으로 짜여졌다.
우선 오는 15일에 내한하게될 「흄」 영국 외상을 필두로 해서 15개국의 외상급 인사들이 우리 나라에 오게될 계획이고 20개국의 대사급 인사들이 방한한다.
외상급은 서울에서 열리는 「아스팍」각료 이사회에 참석할 8개국의 외상이 집단적으로 모여 하나의 회의체를 통한 협력 관계를 논의할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고, 그밖에 개별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상들도 상당수가 주변 국가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의 거물급 외상이 대상이 되고 있다.
대사급은 대부분이 「유엔」 주재 대사들이 초청 대상이 되어 있는데 결국 한 햇 동안의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는 「유엔」 안에서의 한국 문제 토의에 대비한 직접적인 정지 작업 내지 강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 때문인 것 같다.
금년 외교의 적극 전략은 국제 기구 및 국제 회의 참여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미 금년 중에 열리는 29개의 국제 기구 또는 국제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을 밝힌 정부는 이러한 기회를 통해 국제 사회 진출을 노리는 북괴의 책동을 봉쇄하는데 신경을 쏟고 있다. 사절단 파견, 초청 외교 강화, 국제 회의 적극 참여 모두 중공 바람이 일으키게될 국제 정세의 변화에 대한 한국 외교의 제1단계 포석이다. 이러한 포석이 얼마마한 결과를 굳히게 될지는 미묘하고 급격한 정세의 변동에 맞서 싸워야할 한국 외교의 또 하나의 과제일 것 같다. <윤용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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