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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뮤지컬 무대, 400억 걸린 '라이벌 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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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즈의 마법사`를 비튼 `위키드`(왼쪽)엔 옥주현·정선아 등이 출연하고, `사랑과 영혼` 뮤지컬 버전 `고스트`엔 주원·아이비 등이 무대에 오른다. 사진은 오리지널 해외 공연 모습이다. [사진 설앤컴퍼니·신시컴퍼니]

400억원 머니 게임이 시작된다.

 설도윤(55·설앤컴퍼니 대표)과 박명성(51·신시컴퍼니 예술감독). 라이선스 뮤지컬 1세대 프로듀서이자 한국 뮤지컬 양대 산맥이라 불리던 두 사람이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올 연말 최고 화제작인 ‘위키드’(22일부터 샤롯데씨어터)와 ‘고스트’(24일부터 디큐브아트센터)를 나란히 무대에 올린다. 각각 제작비 240억원과 160억원의 초대형작이다. 자칫 삐끗했다간 그간 쌓아온 명성은 물론 회사까지 휘청거릴지 모른다. 8개월의 대장정을 앞두고 둘은 숨을 고르고 있다.

설도윤(左), 박명성(右)

 ◆한국 뮤지컬 이끈 라이벌=지난 10여 년 두 사람이 한국 뮤지컬을 주도해 왔다는 데 이견을 달 이는 거의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오페라의 유령’과 ‘캣츠’(설도윤), ‘맘마미아’와 ‘시카고’(박명성) 등 대형 뮤지컬을 올리며 뮤지컬 부흥기를 이끈 데엔 둘의 라이벌 의식도 한몫했다.

 똑같이 해외 뮤지컬을 수입해 제작하면서도 삼성영상사업단·SBS무용단 출신의 설 대표와 극단 신시에서 커온 박 감독의 사업방식, 용인술은 판이했다.

 앙숙처럼 으르렁거렸던 둘, 하지만 최근 꽤 돈독한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되고 있다. 이런저런 회의에 참석해 한목소리를 내곤 한다. “예전 위상을 되찾기 위해 둘이 냉각 기류를 걷어내고 손을 맞잡았다”라는 식의 해석도 있다.

 확실히 뮤지컬계 파워 1, 2위를 다투던 둘의 영향력은 다소 약해졌다. 이유는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김준수·조승우 등 스타 파워가 막강해졌다. CJ엔터테인먼트·인터파크 등 대기업 자본이 공연계에 들어와 공연장·유통망·투자방식 등을 좌지우지하고 있고, 여기에 엄홍현(엘리자벳·모차르트), 김선미(잭더리퍼·삼총사) 등 후발 제작자들의 급부상도 둘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하지 않았던가. 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무해도 원조는 ‘슈퍼스타K’인 것처럼 말이다.

 “설도윤과 박명성이기에 200억원 내외의 뮤지컬을 올릴 수 있지 않겠는가. 국내는 물론 해외 신뢰도에서도 둘을 따라갈 사람은 아직 없다”(원종원 평론가)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시아로 나가고, 내실 다지고=둘에겐 아픈 기억이 있다. 라이선스 뮤지컬을 주도해 온 만큼 창작 뮤지컬의 선봉에 서고자 박 감독은 2007년 ‘댄싱 섀도우’를, 설 대표는 2011년 ‘천국의 눈물’을 올렸지만 시장은 냉담했다. 둘의 또 다른 숙제다.

 명작 ‘오즈의 마법사’를 비튼 ‘위키드’는 2000년대 들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이다. 설 대표는 판권을 획득하고자 2008년부터 공들여 왔고, 덕분에 아시아 투어가 성사됐다. 호주팀을 위주로 한 제작진이 꾸려져 지난해 한국 공연이 올라갔고, 95.4%의 경이적인 유료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번엔 옥주현·정선아 등 한국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설 대표는 “포화된 한국 시장만으론 답이 없다. 우리의 우수한 제작 능력을 토대로 중국·호주·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를 공략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책”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박 감독은 정치적으로 외연을 넓혀 왔다. 지난해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을 했고, 현재 문화융성위원이기도 하다. ‘푸르른 날에’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레드’ 등 연극 제작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내 뿌리는 연극”이라고 강조한다. “대학로 후배들에게 연극만으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 전범을 보여주고 싶다. 뮤지컬 ‘고스트’ 역시 강한 드라마가 있기에 택했다”고 전했다. ‘고스트’는 영화 ‘사랑과 영혼’의 뮤지컬 버전이다.

 비슷한 듯 다른 두 사람, 올 후반기 레이스 출발선 위에 둘이 서 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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