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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 대주주 사재 출연 … CP 투자자 피해 전액 보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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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IG그룹이 ‘LIG건설 사기 기업어음(CP) 발행 사태’의 투자 피해자에게 연말까지 투자원리금 전액을 보상해주기로 했다. 그룹 지주사인 ㈜LIG는 13일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대주주의 사재를 출연해 피해액을 100% 돌려줄 것”이라며 “14일부터 서울 강남역 인근에 전담 사무실을 마련해 투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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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은 지난 9월 사기성 CP 발행 혐의로 구자원(78) 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하고, 이미 구속된 장남 구본상(43) LIG넥스원 부회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들이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2011년 3월) 전 회사의 부도 위험을 알면서도 6개월간 CP 2100억원어치를 발행해 투자자 700여 명에게 판 혐의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CP 주요 판매처인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한 15건의 불완전판매 소송에서 12건을 패소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투자금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됐다. CP는 우리투자증권·LIG투자증권을 통해 연 이율 7~8%를 약속하고 투자자에게 팔렸다. ㈜LIG 관계자는 “투자 원금과 약속 이자를 모두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LIG에 따르면 14일부터 연말까지 총 피해액 2100억원 중 아직 투자자가 돌려받지 못한 1300억원을 준다. 구 회장이 검찰 기소 직전인 지난해 10월 발표한 “사회적 책임을 지고 서민투자자의 손해를 보상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이다.

 대상은 투자금을 전혀 받지 못한 2억원 초과 CP 투자자와 2억원 이하 투자자 중 원리금을 다 지급받지 못한 이들이다. LIG그룹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총 800억여원을 투자자에게 돌려줬다. 지난 3월 2억원 이하 투자자 550명에게 450억원을 지급했다. 당시 5000만원 이하 투자자에게는 투자금 전액, 5000만~2억원은 투자금의 70%를 줬다. 이어 9월에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투자자 52명의 투자금 287억원을 모두 보상했다.

 대주주인 구 회장 일가는 주로 핵심 계열사인 LIG손해보험의 보유주식 중 일부를 팔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구 회장 일가는 LIG손해보험의 지분 23.1%를 갖고 있다. 이걸로도 자금이 부족할 경우 대주주 소유의 부동산 매각도 검토할 계획이다.

 회사채·CP를 발행한 대주주가 사재를 털어 투자자의 손해액을 보상하는 건 드문 일이다. 특히 원금보장이 안 되는 채권에 대해 원리금 100%를 돌려준 사례는 처음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원금 95%를 돌려받은 대우채가 가장 높은 보상률로 기록됐다. 정부는 1999년 외환위기 충격으로 대우그룹이 부실화되자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이런 결정을 했었다. 최근에는 법정관리에 간 웅진홀딩스 투자자가 원금의 70%를 돌려받았다. 하지만 이는 법원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회사 자산을 떼어 돌려준 것으로 대주주의 사재 출연을 통해 마련한 자금이 아니었다. 4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동양그룹의 경우 아직까지는 피해액을 갚는 데 출연할 만한 대주주 사재가 별로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구자원 회장은 고(故) 구철회 LIG 전 회장의 장남이다. 구철회 전 회장은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첫째 동생으로, 99년 그룹 분리 때 당시 LG화재(현 LIG손해보험)를 구자원 회장에게 물려줬다.

 구자원 회장은 LIG손해보험을 기반으로 11개의 계열사를 설립해 사세를 키웠다. 금융 쪽에서는 LIG투자증권·LIG 자동차손해사정을 설립했고, 제조업 분야에서는 2004년 LG그룹으로부터 추가로 계열 분리한 LG이노텍 방산산업부를 발판으로 역량을 키웠다. 성장을 거듭하던 그룹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건 2006년과 2009년 건영건설·한보건설을 차례로 인수해 설립한 LIG건설이 부실해지면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LIG건설이 건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수익이 악화됐고, CP 발행을 통해 급전을 돌려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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