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m 떨어진 논현동 두 주유소, L당 506원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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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 강남교보타워 사거리 인근 성원주유소는 기름을 넣으려는 자동차로 북적였다.

 ‘휘발유 1879원, 경유 1699원, 등유 1540원’이라고 쓰여진 가격표시팻말이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주유소 직원은 “인근 논현동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기름을 넣으러 온 김나미(29·여)씨도 그중 하다. 김씨는 “역삼동에 사는데 기름 넣으려고 일부러 이 주유소로 왔다”고 말했다. 등유를 받으러 온 차량도 있었다. 주유를 받는 1분여의 시간이 흐르고, 두 차량이 빠져나가자 이내 또다른 차량들이 들어왔다.

같은 시간 1.2km 떨어진 두 주유소의 기름값

 휘발유 가격이 대체 얼마나 차이가 나길래 기름 더 써가며 다른 지역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걸까. 오히려 손해 아닐까. 한번 확인해봤다.

 8일 기준으로 성원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L당 1879원. 강남구 평균가격(2116원)은 물론 서울시 평균가격(1952원)보다 80원 가량이나 더 싸다. 경유도 마찬가지다. L당 1699원으로 강남구 평균(1940원)보다 240원 싸다. 하지만 이곳에서 불과 1㎞ 떨어진 논현동 힐탑주유소는 같은 시간 휘발유 값이 L당 2385원이었다. 506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휘발유 50L를 넣는다면 성원주유소에선 9만 3950원, 힐탑주유소에선 11만 9250원을 내야 한다. 1㎞ 거리에 2만 4400원 차이다.

 강남이 아니라 서울에서 가장 은평구 증산동 타이거주유소와는 가격차가 더 벌어진다. 타이거주유소는 휘발유가 L당 1794원으로, 힐탑주유소(2385원)와 600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힐탑주유소 박형남 소장은 “비싼 대신 주유 금액의 2.5%를 적립해 다양한 사은품을 주고 10만원이상 주유 고객에겐 직원 8명이 투입돼 차량 하부까지 무료 세차를 해준다”고 말했다.

 개별 주유소가 아니라 자치구별 평균으로는 종로구 휘발유 값(2201원)이 가장 비쌌고 중랑구(1877원)가 가장 쌌다. 종로구는 L당 2100원 이하인 주유소가 아예 없었다. 반면 강서구는 L당 2000원이 넘는 주유소가 단 하나도 없었다.

 기름값이 지역별, 주유소별로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마진이다. 주유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유소는 정유사 공급 가격에서 L당 평균 100~150원의 마진을 붙인다. 인건비·임차료·운영비 등을 포함한 가격이다. 다시 말해 이 비용을 절감할수록 주유소 기름값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같은 규모 주유소라면 인건비나 운영비는 비슷하다”며 "주유소별 가격차는 결국 임차료에서 갈린다”고 말했다.

서울시 휘발유 가격을 따져보면 이 말이 대체로 맞다. 8일 기준으로 L당 2300원을 넘기는 주유소는 서울에서 모두 7곳인데 이중 4곳이 강남구에 있다. 삼성·압구정·논현동 등 땅값 비싼 동네에 있다.

 경쟁 관계도 가격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소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마진을 줄이더라도 최소한 경쟁 주유소와 가격을 맞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곳이 신촌 연세대 뒷편에 있는 연희로 주유소들이다. 1㎞ 길이의 도로변에 연희현대주유소·광호주유소·송만에너지연세주유소·삼보셀프주유소·연희주유소 등 주유소 5개가 있다. 정유회사도 현대오일·GS·SK 등 다양하다. 그런데 8일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은 1799원, 경유는 1623원으로 5곳이 모두 같을뿐 아니라 매우 저렴하다.

 삼보셀프주유소 측은 "인건비 거품을 대폭 내렸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제공할 수 있다”며 "오전에 한번 가격을 정하면 거의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호주유소 관계자도 "저기는 인건비가 적어 가격을 싸게 맞추지만 우리는 그 가격을 맞추기가 사실 무척 버겁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가격 맞추기 어려워도 나머지 주유소가 다 값을 내리는데 우리만 안 내릴 수 있겠느냐”고 했다.

 30년째 주유소를 운영하는 박정순(68·여)씨는 “매일 가격표를 찾아보지 않고 비교적 낮은 가격에 기름을 넣고 싶다면 셀프주유소를 찾는 게 가장 간편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유성운·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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