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상생 … 미 우체국 손잡고 일요일 배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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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인 아마존이 오프라인과 손잡고 함께 살기 마케팅에 나섰다. 아마존은 먼저 우체국과 일요일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온라인 사이트에서 상품을 구입하면 우체국 배달망을 활용해 일요일에도 집으로 배달해 준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이 서비스를 우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올해 시범 실시한 뒤 내년엔 워싱턴·댈러스·휴스턴 등 주요 대도시로 확대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체국은 아마존의 제의에 반색했다. 만성적자에 신음하고 있는 우체국은 지난 2년 동안에만 210억 달러 적자를 냈다. 온라인 결제와 문자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편지나 수표를 통한 결제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우체국은 연방의회에 우편물 현관 배달 서비스를 중단하고 주5일제 서비스를 골자로 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의 일요일 배달 서비스는 일감이 줄어든 우체국에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제안”이라고 전했다.

 우체국은 현재 전국에 3만1000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 주문을 처리하면 유휴 인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편지 배달은 줄고 있지만 소포 배달은 늘고 있는 것도 우체국으로선 고무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우체국이 배달한 소포는 35억 건으로 2년 전 31억 건보다 13% 늘었다. 그러나 우체국이 온라인 소매점을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전국에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한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아마존 역시 일요일에도 배달을 할 수 있어 온라인 주문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존은 우선 우대 고객들에게 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지난 6일 “‘골목상권’인 동네서점과 제휴해 ‘킨들’ 전자책과 콘텐트를 판매키로 했다”며 “킨들 기기와 액세서리를 도매가로 동네서점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네서점은 킨들을 팔 때 6%, 전자책은 35% 마진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동네서점에서 킨들 기기를 산 고객이 전자책 콘텐트를 구입하면 아마존이 2년간 전자책 콘텐트 가격의 10%를 수수료로 동네서점에 지급하기로 했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유통을 강화해 수익을 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지만 동네서점과 수익을 나누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어서 모범적인 상생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은 이를 위해 ‘아마존 소스 포털’을 개설해 동네서점과 소매상들이 도매가격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마케팅·영업·판매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오프라인 유통망 부족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돼 온 아마존으로선 동네서점을 통해 판매채널을 확대할 수 있고 동네서점은 아마존으로 인해 급감한 서적 판매 매출을 보완할 수 있어 윈-윈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간 아마존 킨들이나 킨들 파이어는 애플의 아이패드나 삼성 갤럭시 탭과 달리 일반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찾기 쉽지 않았다. 판매한다고 해도 눈에 띄는 자리에 이를 배치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한편 아마존이 오프라인 유통을 강화하면서 대형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의 전자책 ‘누크’ 사업 전망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서점업계 1위인 반스앤노블은 지난해 11월 이후 누크 태블릿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지난달 전자잉크 단말기 신제품만 출시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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