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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시즌의 개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8일부터 실시되는 전기고등학교입시와 더불어 올해 우리나라의 각급 학교 입시 시즌이 막을 열게 되었다.
지난 14, 15일에 각각 마감된 서울시내 고교 및 대학의 입시원서 접수상황으로 미루어 올해에도 그 경쟁률은 평균 3대 1, 최고는 10·8대1(경희고)과 17·7대1(고려대 무역학과)이라는 높은 경쟁을 치르게 될 것이 확실하다.
고교·대학 할것 없이, 올해 입시경쟁에 나타난 가장 뚜렷한 특색은 학교당국이나 학생· 학부모들이 도두 진학학교나 학과의 선택에 있어 극도의 신중성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나라 교육풍토의 짙은 현실주의적 경향을 더욱 뚜렷이 나타냈다는 점이라 하겠다. 세계 일류대학이나 일류고교에의 진학을 위해 젊은이다운 낭만을 불태우려는 경향이 현저하게 고개를 숙인 반면, 실수 없이 들어 갈 수 있는 학교, 졸업후의 직장생활에 대한 보장이 더 확실시되는 학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지배적이 된 이 같은 풍조는 백년대계라고 하는 교육의 이상에 비추어서는 분명히 문제성을 띤 것으로서 교육정책을 다루는 위정 당국자로서는 그 공과 양면에 대해서 깊은 배려가 없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다음으로 중학무시험 진학제 실시 후 처음으로 입시경쟁을 치르게된 올해 중학졸업 예정자들의 고교지원경향을 불 때, 서울시내 각 중학교 당국자들은 지난3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고서도 여전히 자신들의 교육성과에 대해서 확고한 자신을 못 가지고 있음을 엿 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할 것 같다. 이 같은 사실은 무시험 진학제의 실시가 1년 뒤진 지방 각 명문중학교에서 서울의 일류고교에 대거 10여명씩의 입학원서를 접수케한데 반하여 서울의 각 중학교가 모두 일류고교에의 지원을 고작 2, 3명 정도로 국력 억제한 것과 선명한 대조를 보여준다.
서울의 경우, 학교당국자들은 지난3년간 이질적인 학습집단을 수용하여 교과과정운영상 말할 수 없는 고충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그 학습성과가 동질적인 학습집단을 상대로한 지방명문중학의 그것에 비하여 뒤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일 당국의 되풀이된 공약처럼, 그동안 인적·물적 시설 등 모든 면에 걸친 학교평준화조치가 이루어졌고, 교육공학적 교수방법 등 새로운 교과과정 운영방식이 서울의 각 중학교에서 도입되었더라면 서울시내 각 중학당국자들의 오늘날과 같은 자신상실증은 당연히 극복됐어야 했을 것이다. 이점, 무릇 모든 교육제도의 개혁시도에 대해 다시 한번 극도의 신중성을 요구하는 경종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올해 각급 학교 입시는 여러 면에서 새로운 개혁시도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적당한 기회에 그 전모가 공개되어 학계나 일선교육계로부터 충분한 비판을 받아야 할 것임을 지적해 둔다. 서울시내 고교는 이른바 「연합공동출제방식」에 따라 각 학교장에게 문제선택에 있어서의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하는 한편, 교과서 중심의 극히 평범한 문제를 출제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알려졌는가 하면, 대학입시에 있어서도 고교 교과과정의 전과목이 출제되고, 주관식 답안작성의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방침은 모두가 하급 학교교육 현상의 정상화문제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것인 만큼, 그 공과가 정확히, 평가되어 입시제도 자체가 우리나라 교육의 질적 향상에 직접 이바지하는 것이 되어야할 것이다.
우리는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르는 모든 학생들에게 충심으로부터의 격려를 보내면서 매년의 입시가 수험생 개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전체의 향상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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