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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자금조달은 어떨 것인가-금리대폭인하 의의와 조정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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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5년의 금리현실화이후 제5단계로 가장 폭넓게 단행된 이번 금리인하조치는 심화하고 있는 기업부실화 경향과 함께 외자도입억제로 기업자금조달 「사이드」의 외자비중이 줄어 평균 금리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는 점등을 고려하여 금융저축의 부분적 희생을 무릅쓰면서라도 기업의 금리부담을 경감하려는 포석이라는 점이 특징으로 지적되고있다.
이를테면 물가·저축 및 금융자금수급동향 등 금리인하조정의 전제적 여건들이 아직 충분히 성숙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에서 예상범위를 넘는 대폭인하의 단안을 내린 것은 그만큼 이번 조정이 원칙적인 문제보다 기업부실의 타개라는 현실적 필요성에 쫓긴 조치였다고 풀이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로써 작년의 6·28환율 인상조치와 동시에 조정된 인하 폭까지를 고려하면 은행금리는 불과 6개월 남짓한 기간에 연리 5%이상이나 하락한 셈이 된다.
그러나 물가전망이 불안하고 73년부터 예금이자가 과세되는 등 저축「무드」가 저해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듯 단기간에 거듭된 대폭인하를 단행키로 한 것은 그 나름의 현실적인 경제정세가 또 다른 측면에서 이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현금금리가 인하돼도 ▲부동산 「붐」의 후퇴 등 초과수익부분이 줄어들어 예금의 급격한 인출사태 등은 없을 것이며 ▲사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사채자금화할 우려도 적은데다 ▲자본시장 「사이드」가 최근에 활기를 띄고 있으며 ▲앞으로 단자시장을 개발하면 부동자금의 흡수도 가능해짐으로써 전반적인 내자동원에는 큰 영향이 없으리라는 전망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도를 달리해보면 인하된 금리가 기업배당수준에 접근함으로써 앞으로 장·단기자본시장의 여건이 호전될 전망이기 때문에 어느 면에서는 이 기회에 적극적인 자본시장 개발육성시책을 병행, 지금까지의 간접금융위주체제를 직접금융 「사이드」로 옮겨간다는 대전제가 이번 조치의 저변에 깔려있는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간접금융>

<금융자금수급>
이번 금리인하로 예금이 둔화하는 데다 대출수요는 더욱 커져 불균형이 심화함으로써 은행대출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저축성예금 가운데 가장 큰「포션」을 차지하는 정기예금의 경우, 이자탄력성이 0·1218, GNP증가율에 대한 탄력성도 0·1290에 불과하나 대출탄력성은 0·6767에 달한다.
이는 정기예금의 결정요인이 이자율이나 GNP증가 및 물가상승보다는 대출증가여부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예금이외의 다른 투자수익분야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이 결정요인들도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긴축기조로 대출이 억제되고 있는데다 이자수입의 감소에 따른 가계예금의 감퇴까지 겹침으로써 예금둔화와 대출감축의 악순환이 일어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금>
이번 인하를 계기로 올해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작년(11·9%상승)보다 크게 둔화하지 않는한 명목금리는 물론 실질금리기준으로도 예금자들은 크게 불리해진 셈이다.
그러나 금융정책당국은 예금자들에 대한 불리한 대우로 저축이 어느 정도 둔화할 것으로는 보고있지만 금리의 이자탄력성이나 저조한 부동산투자와 일반적 경기침체 현상 등으로 미루어 크게 줄어들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예금이자에 과세(가계예금5%, 법인예금은 법인세율)까지 되면 예금이자 소득자들은 더욱 불리해지는데 이번 금리인하에서는 은행의 불건전 채권정리를 위한 손실 보전을 위해 대출금리와의 「마진」을 현행 l·6%에서 2·2%로 넓혔기 때문에 예금자들은 여러모로 타격을 받게된 것이다. 따라서 조정된 예금금리는 기업부실화로 인한 대출금리의 인하필요성, 은행정상화를 위한 수익보전의 필요성 등으로 전례없이 불리한 여건에서 결정되었다고 볼 수가 있다.

<대출>
금리현실화이후 처음으로 일반대출금리가 연리 20%수준을 하회하게 됐다.
특히 금리결정과정에서 기업부실화와 관련한 금리부담문제가 인하를 주도했으며 기업재무구조의 악화가 조정폭 확대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한은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금융비용비율은 금리의 인하추세에도 불구하고 68년의 6·13%에서 69년 7·88%, 70년에는 9·04%로 가중돼왔다.
이는 기업의 타인자본 의존률이 높아진데다 외자의 비중이 점차로 줄어들고 고리의 사채 의존률이 높아진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대출금리인하는 이같은 평균 금리부담률의 상승을 고려한 것이며 이를 계기로 한 사채금리하락에도 기대를 걸고있다.
그러나 앞으로 예금이 둔화하여 대출이 줄어들면 자본시장 등을 통한 직접금융의존도가 높아질 전망이며 당국에서도 이에 기대를 걸고있는데 이렇게되면 신용이 약한 업체는 자금조달 면에서 더욱 큰 애로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연체대출>
금리현실화이후 거듭된 인하조치에도 불구하고 응징금리로서 조정 없이 계속 적용돼온 연리36·5%의 연체금리가 처음 31·2%로 내려갔다.
현재 연체대출범주에는 대출약정기간 경과분 뿐 아니라 이자를 내지 못하거나 내입을 못할 경우도 포함되고있는데 이렇듯 고율의 응징금리에도 불구하고 연체대출규모가 1천억 원을 훨씬 상회하고있는 점을 고려하여 명목적인 은행채권의 증가보다는 실질적인 부담능력에 바탕을 두고 이를 조정하는 한편 다른 측면에서 대출 회수 조치를 강구하려는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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