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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자유식 수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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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독일의 대학들은 대개 2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 본 대학은 일명 「프리드리히·빌헬름」대학이라고도 한다. 프랑스 혁명 당시 이 대학은 폐교돼 있었다. 그 후 20년만에 「프리드리히·빌헬름」3세가 부활시켰다. 그래서 그 이름을 딴 것이다.
정치인의 이름만이 아니다. 「요한·볼프강·괴테」대학도 있다. 「프랑크푸르트·암·마인」대학을 그렇게 부른다. 자연과학 계통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기센(Gieszen)대학은 근대화학의 창시자 「유스투스·폰·리비히」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유스투스·리비히」대학이라고 하는 것이다.
대학마다 이처럼 고유한 전통과 학풍을 갖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것들은 서로 자신의 전통을 다양한 창의력으로 승화시켜 역사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독일 민족은 어느 민족보다도 인류문화에의 공헌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은 누구나 「대학의 이념」(Die Idee der Universitat)을 얘기할 때면 정열을 갖는다. 대학의 사회적 지위가 높이 존경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른바 전학의 자유가 보장된 것은 대학의 전통과 학풍이 그만큼 원숙한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이데」(Idee)와 인생관에 따라서 강좌를 찾아 이 대학에서 저 대학으로 옮겨 다닐 수 있다. 「반데르·포겔」(Wander-vogel=후조)처럼 이상을 찾아서 젊음을 불태우는 대학생들. 대학생들 사이의 학문의 로맨스라면 바로 그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하학기가 되면 전원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으로, 동학기면 「오소덕스」한 학풍의 베를린으로 이렇게 수강풍류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기말시험에 의한 학년 제도는 따로 없다. 4년이 경과하면 졸업증서쯤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학위를 받으려면 국가시험의 엄격한 코스를 밟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재적시엔 세미나의 성적증명서가 줄곧 붙어 다닌다.
한편 교수들도 학생들의 수강신청이 없으면 자연도태를 당하게 된다. 이른바 「하빌」(Habilitiert)이라 불리는 강좌를 잃어버린 교수가 있게 된다. 하지만 학문의 경지가 깊은 교수는 독일(서독)의 방방곡곡에서 수강신청이 쏟아져 들어와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뮌헨」대학의 독문부 강좌엔 무려 3천명의 학생들이 매 학기 밀려와서 대강당에 마이크를 장치하고 강의 아닌 연설을 해야할 지경이라고 한다.
문제는 대학이 학문의 고향으로서 그 사명을 다할 때, 또 교수들의 자유로운 연구활동이 보장될 때, 그리고 대학마다의 학문적인 전통이 우뚝할 때, 자유로운 전학식 수강은 기대할 수 있다. 서울 신촌의 3개 종합대학교 대학원이 그런 시도를 한 것은 대학의 질적 향상에 도 한 가닥 기대를 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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