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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치밀한 작업이 필요해 많은 응모작 가운데서 8편이 본선에 올랐는데 그 중 공교롭게도 사실적 계열과 비사실적 계열이 반반씩이었다. 전자는 무대가 요양원·병원·공원 그리고 농촌 등이었는데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전개가 범용이라 거나 판에 박혀있는 것을 넘지 못했다.
후자인 비사실적 작품들은 인물의 이름이 남자 아니면 A, B 또는 1, 2, 3등으로 그 명명자체부터 의도가 드러나 보이는데 대개의 경우 의도만큼 주제의식이 강인하지 못하고 자칫 잘못하면 넋두리에 종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 8편 가운데서 문제가 된 것은 『표류지대』(심현자)뿐이었는데 남자A·B와 사나이가 엮어나가는 「드라머」치고 극적 「모멘트」가 군데군데 잘 잡혀 있다는 평이 나오기는 했으나 이런 성질의 희곡이 빠지기 쉬운 함정, 즉 서로 적당히 이야기만 주고받음으로써 극의 진행을 모호하게 「커버」할 수 있다는 결점에서 결정적으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이런 작품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좀더 치밀한 계산과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작품은 종전의 예로 보아 가작 입선감은 충분히 되는 것이나 이 사람이 작년에 이미 가작에 들었었기 때문에 되풀이는 의미가 없고, 한편으로 작년에 한번 관문을 통과했으니까 좀 약하지만은 당선을 시켜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왔으나, 이번에는 까다롭게 다뤄서 작품자체만 평가하여 당선작은 없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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