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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BM이 고교 교육과정 만드는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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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9월 미국 시카고의 5개 공립 고교가 새 교육과정을 열었다. 고교·전문대 과정과 취업교육을 하나로 합친 새 6년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과정’이었다. 이 과정 학생들에겐 고교에서 대학 선수과목(AP)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학점을 이수하고 성적이 좋으면 졸업 때 준학사 학위(associate’s degree)도 받을 수 있다. 교육과정은 철저히 직무기반(work-based)으로 짜였다.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 바로 현장 실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업체 실습 기회도 제공한다.

 ‘조기 대학 STEM 학교’(Early College STEM School)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시교육청과 시티칼리지(시립전문대), 그리고 굴지의 정보통신(IT) 기업 5곳이 함께 만들었다. IBM·모토로라·마이크로소프트(MS)·시스코·버라이즌이다. 각 기업은 학교 한 곳씩을 맡아 커리큘럼 개발을 돕고 학생들에게 일대일 멘토링, 인턴십 기회 등을 제공하고 있다.

 IT 기업은 시장 변화에 민감하고 기술 혁신에 적극적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들 기업을 통해 가장 업데이트된 STEM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졸업 땐 우선 채용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기대도 크다.

 1년 뒤 교육과정 혁신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5개 학교 가운데 4곳의 학생 90% 이상이 IT·컴퓨터·과학 입문과정을 통과했다. 3개 학교는 1학년 과정 수료율이 전년보다 약 7~12%나 올랐다. 소득수준·교육열이 낮은 시 외곽 공립학교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변화였다. 시카고 시장의 교육담당보좌관인 엘리자베스 스완슨은 지난달 15일 기자와 만나 “5개 학교 성공 사례를 토대로 앞으로 모든 공립 초·중등학교에 이 같은 교육 모델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와 달리 한국에선 기업의 학교 교육 참여가 활발하지 않다. 이명박정부가 ‘교육 기부’를 강조하면서 70여 개 기업이 동참하긴 했다. 하지만 방학과 주말 등을 이용한 일회성 견학·강연 프로그램이 많았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기획실장은 “국내 기업들은 학교 교육 문제를 사회적 공헌이나 미래 인재양성 대신 기업홍보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계에 대해서도 “연구 경험이 풍부한 정부·기업 연구소 출신 인력을 충분히 과학·기술 교사로 활용할 수 있는데도 교사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교단에 서지 못하고 있다”며 “교사가 되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이상언 특파원(영국 런던), 김한별(미국 시카고)·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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