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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대신 민생 … 24시 민원실 이끈 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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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26일 충주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2013 충주시 공무원 가족 한마음 화합행사에서 남자 직원들이 여직원을 태운 고무보트를 들고 릴레이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 충주시]

경기도청에는 365일,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있다. 경기도가 2010년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언제나 민원실’이다. 이곳엔 경기도 공무원 4개 팀 20여 명이 돌아가며 여권 접수와 생활고충 민원 상담, 현장 민원을 처리한다. 직장생활 등으로 공공기관의 업무시간 내(오전 9시~오후 6시)에 민원을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민원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경기도는 같은 해 7월 수원역 2층에도 언제나 민원실을 설치했다. 지난 3년간 도청과 수원역 민원실에 76만6519건이 접수됐는데 55.6%인 34만여 건이 주말이나 오후 6시 이후에 들어온 야간민원이다.

 이런 서비스는 근무 조건이 달라지는 만큼 공무원 노조의 동의 없이는 실현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경기도 정인웅 공무원단체팀장은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노조에 사업 내용을 충분히 협의해 민원실을 설치했다”며 “노사의 활발한 소통이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지사를 비롯한 경기도 간부들은 정책 결정에 앞서 매달 한 차례 이상 노조와 회의를 하며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김 지사는 “노조 설립 초기에는 갈등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 존중하는 파트너십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경기도의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시간외수당 삭감에 합의했다. 고상범 경기도청 공무원노조위원장은 “대부분의 직원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런 차원에서 수당 삭감안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사 간의 상생 노력을 인정받아 경기도는 2013년 공무원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 수상기관으로 선정됐다.

 국무총리상은 전라남도와 충북 충주시에 돌아갔다. 전라남도는 노사운영위원회와 노사간담회 등을 통해 노사 간 신뢰 기반을 다졌다. 또 F1(자동차 경주) 등 국제대회 개최를 지원하는 등 노사가 함께 지역발전과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해 협력해 왔다는 점을 평가받았다. 김현진 전남도청 공무원노조위원장은 “투쟁에 앞서 노사가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노력과 자세가 중요하다”며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해 조합원뿐 아니라 간부 공무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힐링캠프나 한마음축제, 역사·문화 탐방 등 행사를 자주 연다”고 소개했다.

 충주시는 2011년 10월 이종배 시장 취임 이후 도시락 미팅 등 소통을 통해 상생하는 노사문화를 만들고 있다. 새내기 공무원 멘토링 제도나 아름다운 칭찬고리 게시판 등 다양한 노사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허운영 충주시 공무원노조위원장은 “노조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지만 공무원 신분으로 시민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 지자체 이외에 제주특별자치도, 경기도 광주시, 경기도 구리시, 충남 홍성군, 경북 봉화군은 공무원 노사문화 우수행정기관으로 인증을 받았다. 시상식은 다음 달 12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다.

최모란 기자

공무원 노사문화대상=안전행정부가 공직사회의 건전한 노사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2010년 도입했다. 신청을 한 정부부처
나 지자체를 대상으로 심사를 해 노사문화 우수행정기관으로 인증을 한다. 인증을 받은 곳 중 돋보이는 성과를 낸 곳엔 노사문화대상(대통령상 1곳, 국무총리상 2곳)을 시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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