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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이어온 전통 젓갈 "토굴 숙성이 남다른 맛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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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김정배 굴다리식품 대표가 토굴에서 숙성시킨 새우젓을 손에 들고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굴다리식품]

겨울이 다가오면 각 가정의 주부들은 김장을 담그기 위해 분주하다. 맛있는 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양념이 우선이다. 양념의 맛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로 새우젓갈이다. 아산에 일명 굴다리 젓갈로 전국의 미식가들에게 인기 몰이를 하는 곳이 있어 화제다. 3대째 전통젓갈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굴다리 식품’의 김정배 대표. 온양온천역 장항선 철길이 지나는 굴다리 아래, 김 대표는 외조부의 대를 이어 젓갈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달 아산시 신인동 소재 1만3200㎡의 부지에 국내 최초로 ‘굴다리식품 젓갈체험관’을 개관하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김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부동의 국내 젓갈 판매율 1위

“세월이 지나도 젓갈에 대한 소비자들의 입맛은 변하지 않습니다. 판매율이 높다고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도 젓갈 맛이 변치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연구해야죠.”

 온양젓갈의 대표식품으로 자리 잡은 ‘굴다리식품’은 그간 변치 않는 한결같은 맛으로 단일 점포로는 전국 최고 판매량(젓갈)을 올리는 업체로 자리잡았다. 특히 이곳에서 유통되는 새우젓은 수 년째 국내 판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 대표가 3대째 이어받아 60여 년 간 운영 되고 있는 굴다리식품이 이젠 명실공히 대한민국 젓갈의 대명사로서 최고 품질의 젓갈을 판매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고 있는 것.

 김 대표는 20여 년 전 결혼과 동시에 외조부의 뒤를 잇고 있는 아버지로부터 젓갈가게 운영을 넘겨받아 부인과 함께 전통 맛을 이어가고 있다. 장항선 철길이 지나던 굴다리 밑에서 온양 젓갈 시장의 명맥을 이어오는 명가로서 값비싼 국산재료만을 고집하는 굴다리식품의 김 대표는 목포와 신안수협 경매시장에서 재료를 직접 구입하면서 중간 마진을 줄이고 있다.

 또한 외조부 때부터 내려온 ‘토굴 100일 숙성’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토굴 안에서 새우젓이 숙성되기에 적당한 온도인 11~13도에서 맛과 영양분이 파괴되지 않도록 숙성되며, 신안 비금도에서 생산되는 청정 천일염으로 염도를 조절하는 비법을 사용한다.

 어리굴젓 역시 100% 국내산 굴과 고춧가루를 사용해 토굴 속에서 1개월 이상 숙성시킨다. “외할아버지께서 사용하신 방법인데 현재까지 이 방법을 고수하고 있죠. 타 업체의 젓갈에 비해 맛의 깊이가 다른 것은 이 토굴 때문에죠.”

김 대표가 항이리를 열어 보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젓갈문화 보급에 앞장

굴다리 식품은 단일 점포로는 전국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 뿐만 아니라 국내 유일의 2004년 한국해양수상부 지정한 ‘수산전통식품 1호’에 새우젓과 어리굴젓이 등재됐으며, 2009년에는 문화관광평가원으로부터 베스트브랜드 인증을 받았다. 특히 새우젓의 경우 아직도 2호 업체가 탄생하지 않고 있으니 20여 년째 어두컴컴한 토굴에서 새우젓 숙성에 땀을 흘리는 김 대표는 유일무이한 ‘새우젓 장인’인 셈이다.

 현재 새우젓 장인이자 해양수산부가 위촉한 수산물 명예감시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김 대표. 그의 일상은 제대로 된 우리 전통 젓갈문화 보급에 집중된다.

그는 대학에서 발효식품 관련 강의를 하는 한편, 현대-한화 갤러리아 등 유명백화점 프리미엄급 고객 대상 강연,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진품젓갈을 감별 해주는 등 우리 전통 젓갈에 대한 보급과 홍보에 열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젓갈문화체험관(사진)’을 개관했다. 대중들에게 젓갈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아산시 신인동 소재 1만3200㎡의 부지에 자리한 ‘굴다리식품 젓갈체험관’은 1층 가공-발효-연구관, 2층에 130석 규모의 젓갈문화 체험관이 들어서 있다.

본격적인 체험관의 운영은 내년 초부터지만 김장철을 앞둔 요즘 벌써부터 입 소문을 타고 체험객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1인 체험비는 5000원. 이와 별도의 비용을 치르면 젓갈백반도 맛볼 수 있다.

 “젓갈의 탄생부터 발효연구까지 모든 점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수입산 재료가 아닌 순수 국내 재료의 뛰어남까지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었죠. 체험객들이 더욱 몰리면 인근의 현충사나 외암민속마을과 함께 아산의 관광연계 코스로 충분히 개발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이는 지역발전에도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일본의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국내 재료로 엄선돼 만들어진 새우젓을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벌써부터 체험객들이 몰리는 이유다.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온양까지 찾아오거나 관광버스를 이용 단체로 찾는 경우가 많다. 가족단위관광객부터 외국인, 식품영양학 전공학생들까지 체험관을 찾는 대상과 연령대도 다양하다.

 2시간여의 체험을 통해서는 우리 젓갈의 역사와 전통, 젓갈이야기, 젓갈 만드는 시기와 방법, 젓갈 고르는 요령 등을 배우고 전통 젓갈 저장고인 토굴견학 등의 프로그램을 소화하게 된다.

굴다리 식품 젓갈 전국적으로 인기

굴다리 식품은 이제 전국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소비자 인기 상품이다. 최근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입점한 뒤 매년 매출이 증대되고 있다.

삼성동 무역센터점에도 입점 됐으며 수도권 대형백화점 10여 곳에 입점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고객과 택배주문도 크게 늘었다.

 “40년 전 온양으로 신혼여행을 왔던 부부가 얼마 전 노부부가 돼 찾아 왔어요. 아산에 물길이 끊기면서 젓갈을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어진 가운데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이런 단골 고객들의 역할이 컸죠. 앞으로도 굴다리 식품이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식품으로 명맥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김 대표는 4대째로 가업이 이어질 가능성도 내비쳤다. 현재 그의 첫째 아들은 고려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김 대표 밑에서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또한 그의 딸 역시 김 대표를 돕고 있다. 젊은 층에게도 굴다리 식품이 인기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굴다리식품=현재 아산에서 온양젓갈의 명맥을 잇고 있는 굴다리식품(041-545-3027)은 1955년 백석포구에서 객줏집과 젓갈가게를 운영하던 외조부와 부모의 뒤를 이어 3대에 걸쳐 60여 년간 온양젓갈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4인기준 30포기의 김장을 담글 때 필요한 새우젓은 5㎏으로 기호에 따라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 5㎏을 넣는다. 새우젓은 5㎏ 기준 2만원(추젓)∼12만원(육젓). 멸치액젓과 까나리액젓은 5㎏에 상품 기준 1만원. 젓갈을 8만원어치 이상 주문하면 택배비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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