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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여고농구선구 취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아들을 낳으면 야구선수, 딸을 낳으면 농구선수로….』
한창 박신자가 「코트」를 누빌 땐 이런 말까지 나돌던 화려한 여자농구계도 이젠 한물 간 것일까.
올해 졸업예정인 여고농구선수 63명은 구랍 30일의 「드래프트」회의에서 목마르게 취업을 기다렸으나 끝내 A급 31명만이 실업선수로서 생명을 연장시켰다.
선수 「스카우트」 때마다 워낙 잡음이 많았던 여자농구계는 71년부터 「드래프트·시스팀」이라는 외국「프로·스포츠」에만 있는 제도를 채택하여 과다지출과 중상모략과 자승자박을 막게 됐다. 그 결과는 「좁은 문」으로 되어버린 취직 1번 추첨의 행운은 신설된 신탁은행에 돌아갔다.
신설「보너스」로 이화의 굵직한 선수 5명을 이미 확보한 신탁은은 「톱·랭커」의 영예를 덕화여상의 「센터」 박순오(1백71cm)에게 돌렸다.
「팀」으로서는 별다른 실적이 없는 덕화여상은 작년에는 7명의 졸업생이 한사람도 취업이 안돼 쓴잔을 마셨는데 올해엔 「톱」의 영예에다 박순오를 비롯, 졸업생 3명의 선수가 모두 무사히 출가했다.
기쁨을 참지 못한 덕화「코치」이장학씨는 추천순위에 따른 지명에서 자기선수가 뽑힐 때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기뻐 어쩔 줄 몰라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가드」를 절망한 제일은행(추천순위 3번)은 처음부터 「랭킹」1번에 신광여고의 주신숙을 지명할 예정이었다.
주를 뺏길까보아 안절부절이던 은학표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끝내 소원을 이루었다.
「스피드」와 경기감각이 뛰어난 단신의 주신숙은 71년도에 가장 화려한 「플레이」를 보인 명「가드」.
「가드」부족으로 동남아대회 이후 부조를 보인 제일은은 물론 한국「나일론」·국민은 등도 모두 주신숙을 「톱·랭커」로 내정, 일번의 행운만을 기대했었던 것.
따라서 제일은이 3번을 뽑자 한국「나일론」과 국민은은 거의 자포자기한 표정을 지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2번을 뽑은 상은은 무학의 「센터」 김성순을 비롯, 모두 5명을 뽑았는데 왕신의 남옥희(포드)만 제외하곤 모두 「센터」일색이어서 선수의 대형화를 목표로 한 「스카우트」인상을 주었다.
상은은 선수선발에 대체로 만족했으나 「라이벌」인 조흥은이 뽑은 덕화여상의 김경숙(가드)을 가장 아쉬워했다. 상은은 이날 세번째 차례에서는 일단 선수선발을 마감했다가 나중에 다시 뽑기도.
선발기준은 선수의 농구기술과 장래성, 키 등이 되지만 한국「나일론」같은 「팀」은 선수의 가정환경과 용모도 고려했다고.
그러나 올해 여고졸업생 중에는 대선수가 없다.
따라서 각「팀」의 「스카우트」성과는 비교적 공평한 듯.
「드래프트」제는 아직은 농구인들에게서 찬반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71년에 가장 강한 「팀」의 하나인 신광의 경우 모두 6명의 졸업예정자가 있는데 주축「멤버」를 기용하다보니 3명만이 「코트」에서 활약했고 「벤치」에 있던 나머지 선수들은 실업「팀」감독 「코치」들의 눈에 띄지 않아 끝내 취업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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