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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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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나라의 여성취업인구는 69년 현재 3백34만9천명으로 전체취업인구의 35·2%를 차지하고있다. 이중 전문적, 기술적 직업종사자는 6만6천명으로 전체 전문·기술직 종사자의 19·9%를 차지한다. 세계의 여성취업율은(66년 통계) 미국 35·9%, 일본 39·6%, 「터키」38·2%, 「필리핀」 32% 등으로 우리 나라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전문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 37·5%, 일본 41·7%, 「터키」 20·7%,「필리핀」52·8% 등으로 우리 나라의 2배에 가깝거나 2배 이상이 된다. 우리 나라는 많은 교육받은 여성인구를 해마다 배출하고 있다. 69년에 배출된 전체 고등학교 졸업생의36%. 초급대학졸업생의 34%, 대학졸업생의 25%가 여자였다. 이 숫자는 좀더 많은 전문직여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 여성취업인구가 아무리 늘어난다 해도 전문직여성의 증가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직업여성의 「파워」는 늘 흔들리게 마련이다. 사회곳곳에서 전문기술로 깊이 뿌리박고 발전해 가는 여성의 수가 해마다 늘어날 때 여성지위는 실질적인 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이 「시리즈」는 우리 나라 전문직 여성들의 소재와 실태를 밝히면서 미취업 여성들에게 「가이드」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인력개발연구소가 70년에 집계한 우리 나라의 저작가·평론가·기타 저작인의 수는 7백87명이고 이중 여자의 수는 밝혀져 있지 않다. 문인협회는 12월말 현재 9백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으며 이 여자회원은 50여명이다. 한국여류문학인회의 회원은 71년4월20일 현재 69명이다.
문인협회는 작품경력 1년 이상, 여류문학인회는 3년 이상으로 회원자격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여기 미달되는 많은 작가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격제한과는 관계없이 단체에 가입할 흥미를 갖지 않는 많은 작가들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여류작가는 1백명 내외로 추산할 수 있다. 그들이 종사하는 분야는 시·소설·희곡·수필·아동문학·평론 등 다방면에 걸쳐있다.
1920년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여성작가 김명순·김일엽씨에서 시작된 한국의 여류작가사는 그후 50년 동안 매우 알찬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박화성·최정희·모윤숙씨 등을 거쳐 손소희·강신재·박경리씨 등으로 이어지는 동안 그 시대를 대표할만한 많은 여류작가들이 배출되어왔다.
「작가」를 「직업」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당연할 만큼 작가는 정기수입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쓸 수 있는 작품의 질·량과 함께 시장이 문제가 되는데 『현재와 같은 실정아래서는 월수입보다 연수입을 따지는 편이 쉽고 그 액수는 보통사람의 한 두달 봉급정도라고 「데뷔」4년의 한 여류소설가는 말한다.
4∼5개의 문학전문지와 10여개의 종합지, 그리고 10여개 일간신문의 연재소설란이 1천여 문인들의 무대인 셈인데 이들 중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의 수가 극히 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무대는 너무도 좁은 편이다.
발표의 기회가 좁은 만큼 고료도 낮아서 소설의 경우 보통 2백자 1장에 1백50원∼3백원, 시는 1편에 2천원∼3천원이 지불되고 있다. 단편소설 1편의 고료가 3만원 이내이며 일반적으로 한 작가가 1년에 몇 편의 작품을 쓸 수 있는가를 따져볼 때 「연수입」의 규모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고료가 비교적 높은 편인 신문연재소설의 경우에는 신문·작가에 따라 월5만원∼12만원정도가 지불된다. 출판사에 전작출판을 의뢰, 고료를 받기로 할 때에도 고료는 일반잡지 수준을 넘지 못해 1천장을 써도 30만원이 고작이다.
이렇게 빈약한 수입명세서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성에 의한 차별을 받지 않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어떤 직업에서든 발견되는 봉급·승진·인사정책에서의 남녀차별이 해당되지 않는, 오직 인간과 업적만이 문제가 되는, 이 세상에 얼마 안되는 소중한 몇 분야중의 하나가 작가이다.
교육정도와 나이에 제한 없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작가로의 데뷔」에는 현재 몇 가지의 정해진 등용문이 있다. 각 일간신문들이 매년 실시하는 신춘문예는 가장 권위 있는 등용문의 하나이며 이를 통해 「데뷔」한 여류작가가 20명에 이른다.
신춘문예 이외에 몇몇 신문·잡지들은 현상모집을 실시하고 있으며 여성의 작품만을 정기적으로 모집하는 곳도 있다. 문학전문지들이 실시하는 추천제도를 통해서도 많은 여류작가들이 탄생했고, 이런 여러 가지의 등용문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전작장편을 출판, 문단에「데뷔」한 여류작가도 있었다. 모든 문학작품 공개모집의 경우 여성응모자가 반수에 가깝고 한국여류문학인회가 해마다 실시하는 주부백일장에도 20대에서 60∼70대 할머니에 이르는 많은 여성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 작가지망여성들은 대부분 시·소설·동화·동요에 몰리고 희곡·평론 등에는 관심이 적은데 현재 활약하는 여류작가들의 분포도 이 분야에는 하나둘 꼽을 정도이다.
『살을 깎는 고통이 있으나 후회가 있을 수 없는 길』이라는 한 여류시인의 말처럼 이 분야의 일은 여성들이 근원적인 인간과 조국과 세계의 문제에 깊이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장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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