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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년의 풀이-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 쥐해(자년)의 의의>
자는 십이지 가운데 첫째로 시작되는 해다. 옛 사람은 「개천어자, 지벽어축」이라 하여 우주가 「자」에서 처음 생겼다고 보았고 문자를 풀이하는 사람은 「자는 자와 같은 뜻으로 만물이 차츰차츰 생장함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였다.
신라의 역사를 만든 사람이 건국연대를 갑자년에 둔 것도 그런 의미를 택한 것인 듯 하다. 그러므로 자년을 맞이하는 우리는 그야말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정신으로 과거의 모든 부조리를 깨끗이 청산하고 창조·생성의 각오를 가지고자 함이 새해 첫날의 소원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에서 내린 「비상사태선언」도 효과적으로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이다.

<2, 쥐와 인간>
언제 누구의 장난인지는 모르지만 십이지에다 동물의 명칭을 붙여서 12층으로 만든 것이 후한 왕충의 논형에서 처음으로 기록된 이래 년·월·일·시를 생각할 때에 모두 그 속성에 대한 흥미를 끌게 한다. 그런데 자는 「쥐」로 신라시대의 묘석상에도 자신은 쥐가 엄연히 무장한 모습으로 서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쥐는 인간에게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는 동물은 못된다. 옛날에는 식량을 앗아가는 것, 의복이나 책이나 가구류를 쏠아서 못쓰게 만드는 것을 증오한 것뿐이었는데 현대에서는 병균을 전염하는 매개역을 하는 것으로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을 주고 있다.
대체로 쥐를 생각할 때에 잗다란 도둑놈, 약삭빠른 놈, 재빠른 놈 등으로 알고 있는데 만일 사람이 남에게 이렇게 인정이 된다면 사회에서 배격의 대상이 될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증오는 하면서도 그런 태도로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다는 생각들을 가진 이가 점점 늘어나가는 경향인 것처럼 보이며 기성층에서 보다 오히려 젊은 세대에서 까지 이런 병이 「페스트」균처럼 만연되어나가는 것은 정말 무서운 현상이다.
눈에 보이는 쥐는 약물을 위시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제할 수 있으나 정신을 쏠아먹고 있는 무서운 마음속의 쥐를 박멸하는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또한 옛사람은 쥐에 대하여 이렇게 잗다란 것보다 더 큰 의미의 쥐를 보기도 하였다. 중국 고대의 시가인 시경에 「석서」라는 편이 있다. 그 첫장만을 다음에 소개한다. 『큰 쥐야, 큰 쥐야, 우리 식량을 앗아가지 말아라. 3년이나 너를 보살폈는데도 나를 돌볼 생각은 하나도 없구나. 이제는 너를 버리고 저 평화로운 지역을 찾아가련다. 평화로운 그곳이어! 그 곳이야말로 안심할 수 있는 즐거운 곳이로다.』 이에 대하여 해설자는 『임금이 백성에게 과중히 거두어들인 것을 비난한 시다. 임금은 백성을 못살게 굴면서도 일변 백성을 두려워하는 것이 <큰 쥐>가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 하였다. 만일 정치하는 사람이 <큰 쥐>를 면치 못하고 일반 사람들이 작은 쥐가 된다면 나라는 「페스트」에 걸린 것처럼 멸망하고 말 것이다.
진의 이사가 소년시절에 변소에 갔더니 쥐가 더러운 것을 먹다가 사람을 보더니 어쩔 줄을 몰라서 허둥댔었다. 그러다가 그가 미창의 직원으로 있으면서 창고에 들어가 보았더니 식량을 산처럼 쌓아놓은 곳에서 쥐는 마음대로 포식하면서 사람이 와도 이리저리 피하며 놀라지 않았다. 이것을 본 이사는 비로소 인간도 환경에 따라서 정신상태와 생활방법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마침내 그 직장을 버리고 중앙으로 진출하여 진의 대신이 되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좋은 교훈이 된다. 젊은 세대가 약삭빠르게 실리만 추구하는 것은 결국 빈약하고 메마른 우리 나라의 현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로이 출발되는 자년의 벽두에 우리는 <큰 쥐>의 부류인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국력을 향상시킴으로 인하여 젊은 세대는 정신적인 여유와 원대한 희망을 가져서 <쥐>가 되더라도 곡창의 쥐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임창순<문화재위원·태동 고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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