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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대형산불… 가옥 20여채 불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원도 영동지역에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4일 오후 11시 50분께 양양군 강현면 사교리 일대 야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발생, 가옥 20여채가 불에 탔다.

양양군은 5일 오전 16개 마을 주민 등 1천200여명에 대피령을 내렸으나 성인이 서있기 힘들정도의 강한 바람이 수시로 방향을 바꾸며 사방으로 번져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오전 10시 현재 산림 300㏊가 불에 탔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산불발생 및 피해

이날 불은 강현면 사교리 일대 야산에서 발생해 초속 10-20m, 순간 최대 풍속 32m의 강한 바람을 타고 급속히 번졌다.

산불은 양양에서 속초방면 8㎞ 지점, 옛 속초공항-관동대학교 사이에서 강풍을 타고 낙산해수욕장과 낙산대교 사이 바닷가쪽으로 확산됐다.

사교리에서 북동쪽인 사천리와 감곡리 방면으로 10㎞ 가량 불길이 번지고 오전 9시께는 화일리쪽으로 번지며 조산리 동명서원을 비롯해 사천리와 금풍리, 기정리 등지에서 가옥 16채, 창고 1채, 펜션 1채, 방앗간 1채 등 20여채가 불에 탔다.

불길이 번지며 대부분 주민들이 가재도구와 소 등 가축을 논이나 밭 등으로 옮기고 집을 빠져 나와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전 7시께는 불길이 강한 바람을 타고 4차선인 7번국도를 뛰어 넘어 낙산해수욕장내 소나무 단지에 옮겨붙어 낙산해수욕장 입구-거평프레야콘도 1㎞ 구간의 울창한 송림이 크게 훼손됐다.

영동지역에는 지난 2일 밤 눈이 내렸으나 따뜻한 기온과 건조한 바람이 부는 푄(높새)현상으로 눈.비가 내려도 대지가 금방 건조해지는데다 백두대간에서 해안까지 가파른 지형 조건으로 물기를 오래 저장하지 못해 낙엽 등이 말라 불길이 확산됐다.

특히 집주변에 대나무가 많고 집집마다 연료용으로 쌓아놓은 장작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데다 불길이 번진 지역이 넓어 소방차 등 진화장비의 도움을 받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 대피

5일 오전 0시 55분께 강현면 사교리 31가구 60여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한데 이어 금풍리 35가구 65명, 적은리 45가구 75명 등 223가구 400여명이 마을회관 등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했다.

양양군은 산불이 사교리에서 금풍리를 지나 사천리와 감곡리 일대로 번짐에 따라 5일 오전 2시 50분께 인근 침교리와 방축리, 광석리 등 16개리에 주민대피령을 내리고 283가구 716명의 주민을 대피시켰다.

또 산불확산이 우려되자 관동대학교 양양캠퍼스 기숙사 학생 700여명도 양양읍내 일출예식장으로 대피했다.

주민들은 어둠속에서 경운기와 승용차 등을 이용해 가재도구 등을 싣고 급히 대피했으며 마을 논과 밭은 주민들이 옮겨놓은 가재도구와 소, 돼지 등 가축들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또 낙산해수욕장 송림지에 불이 붙자 식목일 휴일을 맞아 동해안을 찾은 거평프레야콘도를 비롯한 각종 숙박업소의 수많은 투숙객이 옷가지 등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채 짙은 연기에 묻혀 급히 빠져나오는 등 큰 소동을 빚었다.

이와 함께 오전 8시께 낙산사에서 속초방향의 설악해수욕장 인근 전진 1,2리에도 주민대피령이 내려지자 주민들이 급히 가재도구를 챙겨 안전지대로 옮겼다.

이재민들은 낙산도립공원과 일출예식장, 마을회관 등에서 구호를 받고 있다.

◇산불 진화작업

불이 나자 소방관과 경찰, 양양군 공무원과 군장병 등 6천여명과 소방차 등 183대, 헬기 15대 등이 동원돼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양양지역에 초속 10~20m, 순간 최대 풍속 32m의 강한 바람이 부는데다 불길이 거세 현장 접근이 곤란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날이 밝으며 바람이 점차 잦아들고 일부지역은 불길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화일리 방면으로 번지고 있다.

산불진화대는 마을 가옥이나 상가 등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에 대비해 방화선을 구축하는 한편 낙산도립공원내 낙산사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차 등을 배치, 살수작업을 벌이며 불길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산림청과 군당국은 오전 5시 30분께부터 헬기 15대를 투입시켰으나 강풍으로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속초와 강릉 등 인근지역에서 지원된 소방차도 마을 주변에서 살수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불길이 번진 지역이 넓어 애를 먹고있다.

이 때문에 집에 불이 붙은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안타까움을 삭여야 했다.

◇비무장지대 산불

지난 4일 오전 9시15분께 고성군 동부전선 비무장지대 고황봉 서쪽 2㎞ 지점에서 재발한 산불이 오후 10시 비무장지대를 지나 자정께 최북단 명파리 마을 주민에 예비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5일 오전 9시 현재 남방 한계선 이남 3㎞까지 확산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주민과 남북철도.도로 공사 현장 인부 등 360명에 대해 대피를 준비하도록 하는 한편 진화대를 투입,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초속 15m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는 데다 소방헬기가 대부분 양양지역으로 투입되며 3대의 헬기가 진화에 나섰으나 역시 강한 바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지난달 29일 오전 8시20분께 동부전선 통일전망대 서북쪽 북한지역에서 최초로 발생한 이번 산불은 2일 밤 내린 비로 자연진화 되는 듯 했으나 4일 오전 강한 바람을 타고 불씨가 다시 살아나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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