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독에 바둑『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베를린=엄효현 통신원】정신적 스포츠로 최근 서구, 특히 서독에서 붐을 이루고있는 바둑이 요즘엔 국민학교에까지 과외활동의 하나로 열심히 보급되고 있다.
베를린 시내에서 학생 수 1천5백 명을 가진 제일 큰 국민학교(9년 제)중의 하나인 발터·그로피우스 학교는 70년 가을부터 바둑을 방학동안 과외활동의 한 과목으로 지정, 최근엔 80여명의 정기바둑회원을 갖게 됐고 바둑 열은 전교에 퍼지고 있다.
서독바둑협회회원이며 이 학교의 교사인 자이퍼 씨는 어린이들에게 수학적 논리성을 가진 바둑을 보급하기 위해 처음 공부시간 중에 바둑이야기를 하고 몇몇 어린이들에게 개인지도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회원 중에 7급의 급수에 오른 소년까지 있다는 것이다.
이 학교 바둑 회는 매주 두 차례 자이퍼 씨의 지도로 바둑공부를 하며 또 2개월에 한번씩 바둑신문을 발간하고있는데 서독바둑협회장「요혼」씨는 이 협회가 발행하는 바둑 지 보다 질적으로 우수하게 편집되었다고 격찬하기도 했다.
어린이들의 바둑에 대한 관심은 날로 늘어가고 있어 다른 학교에서도 바둑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한편 SPD(사민당) 청소년부에서도 바둑의 건전성을 인정,「그로피우스」학교의 실험결과에 따라 청소년운동의 하나로 베를린 시내의 전 학교에 바둑보급운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바둑은 특히 서구가 골치를 썩히고 있는 청소년문제의 해결책의 하나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마약복용의 위험 기에 달한 청소년들에게 바둑은 흥미 있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수단이며 또 공부에도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프랑크·펠미」군(l3세·17급)은 부모들도 바둑두는 것을 환영하며 공부에도 방해가 되지 않아 쉬는 시간을 위한 아주 좋은 오락이라고 말하고 있고 또 피터·피스카 군(14세·17급)은 서양장기는 강한 선수와 약한 선수와의 시합이 되지 않지만 바둑은 강한 선수가 몇 점만 접으면 약한 선수와도 균형을 이루어 흥미롭게 대국을 할수 있으며 조합이 다양하기 때문에 생각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바둑실력을 쌓기에 열을 올리고있는 각 바둑 회들은 72년 가을쯤 국제소년 바둑대회를 가질 계획을 세우고있다.
이 대회는 현재 재 구중인 한국의 이창세 3단의 특별지도로 사전준비를 갖출 계획인데 선수는 주로 전 유럽에서 참가하지만 앞으로는 바둑의 본고장인 한·중·일 소년들과의 친선대회를 희망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