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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층 대연 각 호텔에 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25일 상오 9시50분쯤 서울 중구 충무로1가25의2 대연 각 호텔(대표 김용산)2층 커피숍에서 프로판가스 폭발로 불이나 삽시간에 3층·4층 등위로 번져 하오 2시 현재 1층과 지하실을 제외하고 지상 22층 건물내부가 전소됐다. 2층에서 불길이 솟으면서 연기가 객실로 들이닥치고 불길로 비상계단·엘리베이터 등 통로가 막히는 바람에 고층 객실에 투숙했던 3백 명으로 추산되는 손님과 종업원들이 솟는 연기에 질식했거나 피할 수 없어 창문을 부수고 매달려 발을 구르다가 이중 이광택씨(36·주 로스앤젤레스 영사)등 26명(여자 6명)이 땅에 떨어져 죽고, 7명이 질식사, 5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밖에도 호텔 안에서 질식 또는 타죽은 사람이 많아 사망자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불길이 2층에서부터 일어나고 통로가 막힌 채 빠른 속도로 번지는 바람에 크리스마스 파티 등으로 늦게 잠자리에 들었던 많은 투숙객들이 피하지 못한 채 변을 당한 것으로 보여 소 사한 희생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주변통로를 차단, 소화작업을 벌였으나 발화 1시간만인 11시쯤 지상2층 건물이 완전히 불길에 싸임으로써 소화작업은 사실상 손을 못 댔다.
11층의 한 투숙객은 10층·9층에서 올라온 불길을 피해 창을 부수고 창틀에 매달렸으나 세찬 불길로 옷에 불이 붙은 채 추락하는 처절한 모습도 보였다. 이번 화재는 우리화재사상 최대의 것으로 되었다.
이날 호텔 안에 있던 사람은 투숙객 2백30명(한국인 1백81명·미국인 9명·일본인 35명·중국인 3명·재일 교포 2명)과 호텔종업원 2백35명(남자 1백55명·여자 80명)과 그 밖의 방문객 등 모두 5백여 명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경찰조사에 의하면 이날 불은 2층 커피숍에서 프로판 가스 폭발로 생긴 불꽃이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페트에 인화, 순식간에 전 건물에 연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25일 상오 김현옥 내무장관, 양탁식 서울시장을 대동하고 대연 각 호텔화재현장에 나가『군장비등 최대한의 장비를 동원하여 희생자를 되도록 줄이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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