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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도에 핀 「보은 작전」|6·25때 백령도에 주둔했던 신천고 출신 장병 동문회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6·25때 백령도에 주둔했던 신천 고등학교 출신 장병들이 제대 후 동문회를 조직, 20년 전 주둔 당시 도민들로부터 받은 신세를 갚기 위해 「크리스머스」를 맞아 『20년만의 보은 작전』을 벌였다.
지난 21일 황해도 신천 고등학교 동문회 회장 조동환씨 (42·내무부 서무계장)와 민경석 총무 (41·한국 투자 개발 공사 업무부)는 인천에 있는 곽인식 옹진 군수를 방문, 20년 전 군인으로서 백령도에 주둔했을 때 도민들의 따뜻한 정을 고맙게 여겼으나 보답하지 못했다면서 우선 겨울방학을 맞는 어린이들에게 전해 달라고 노트 3천권, 연필 3천6백 자루를 맡겼다.
이들 신천 고등학교 출신들이 군인으로서 백령도민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51년1월부터 53년7월까지. 그곳에 주둔했던 신천고 출신 장병은 2백여명이었다.
이들이 집단으로 입대한 것은 유엔군이 북진했던 1950년10월13일, 신천고 출신들을 중심한 청년들이 패색이 짙은 북괴군들을 내몰고 관공서 등을 접수했을 때부터였다.
이들은 자치적으로 치안을 확보하다가 11월초 진주하는 유엔군들을 맞았다. 그러나 1·4후퇴로 유엔군이 철수하는 바람에 이들도 따라 남하했고 배로 철수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백령도였다. 이들은 51년10월 해병대 의용군에 정식 편입될 때까지 한밤중에 발동선을 타고 북괴 지역인 옹진·장연·송화·신천 등지에 상륙, 괴뢰군 부대를 기습, 노획한 식량 등을 주민들과 나눠 먹으면서 유격 활동을 벌였다. 당시 해병 의용대들은 주로 백령 국민학교와 부근 민가에 머물렀는데 주민들은 의용대들에게 침식을 제공, 세탁은 물론 밤을 새며 양말과 내의 등을 기워주는 등 지원해준 것이었다.
53년 휴전이 되면서 이들은 해산했으나 주민들에게 끼친 폐와 나눈 정을 생각하면 자리가 잡힌 지금 조금이라도 보답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 「크리스머스」를 맞아 보은작전을 편 것. 이들은 앞으로도 백령도와의 인연을 키워 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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