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는 아무 일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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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4일 낮 열린 여야 총무회담은 여야간에 어떤 타결이 있으리라는 기대보다는 상호의 입장과 그 입장의 강도를 탐색하기 위한 것.
공화당은 일단 야당과의 대화를 시도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회담을 제안했지만, 야당의 요구를 들어줄 만한 준비는 없으며 신민당은 23일 밤 당 간부회의에서 회담 자체에 대한 찬·반론이 있었으나 『손해 볼 건 없으니 얘기나 들어보자』는 것.
공화당은 23일 「보위법안」 심의를 기도해 봤으나 실패.
이날 상오 11시부터 국회 본관에 자리잡은 총무실에 모여 앉았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하오 1시30분 윤재명 박명근 두 부총무가 선두에 서고 홍병철 신동관 정판국 의원이 고재필 법사 위원장을 호위한 가운데 법사 위원 전원 외에 6, 7명의 의원이 합세, 도보로 지하도를 건너 법사위가 있는 제2별관으로 향했다.
회의실 문은 야당 의원들이 못질을 해놓아 단 하나 남은 출입구인 소회의실을 거쳐 들어섰는데 이때 신민당의 김상진 의원이 위원장 석에 앉아 버티었고, 야당소속 법사 위원 외에도 김재광 총무 신도환 의원 등 20명 가까운 의원들이 지키고 있다가 『뭣 하러 오느냐』며 막아섰다.
정판국 의원이 김상진 의원을 위원장 석에서 밀쳐내려던 순간 최형우 의원은 위원장 석 「테이블」에 뛰어올라 발을 굴러 부수었고, 김재광 총무는 고 위원장을, 오중렬 의원은 김 총무를 끌어 잡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뒤엉켜 넘어졌는데 이 순간 오중렬 의원은 얼굴을 얻어맞고는 『국회의원도 아닌 놈이 나를 때렸다』고 소리를 질렀다.
약 3분간의 승강이 끝에 밀려난 고 위원장은 총무실로 되돌아섰고 다른 공화당 의원들은 근처의 「뉴 서울·호텔」로 가서 점심을 들었다.
법사위에서 충돌이 벌어진 후 공화당 사령탑에서는 폭력 행위가 있은 이상 경호권을 발동하든지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23일 안에 법사위를 끝내자는 흥분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이날 하오 5시부터 총무실에서 열린 당무위원·상무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너무 서두르지 말고 야당 측과 대화를 해보자는 얘기가 많아 일단 가라앉았다는 것.
선 대화로 방침을 정한 것은 농성중인 야당의원들을 찾아 얘기를 해본 김진만 김용태 차지철 의원 등이 대화를 해볼 필요를 강조했고 백두진 국회의장도 여야 총무회담을 제의해 온데다 야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충돌을 적게 하기 위해 법사위와 본회의를 연속으로 해야하니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는 점도 감안됐다고.
또 간부회의에선 민기식 국방위원장 등 몇 사람이 정책위의 법안에 대한 사전검토가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백남억 당의장은 『법 내용보다 입법 취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했고 「보위법안」의 배경과 필요성을 10개 항목으로 수록한 책자도 배포.
『내일 낮에 총무회담을 할 것이며 밤사이 아무 일이 없을 것이다.』 현오봉 공화당 총무의 굳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신민당의원들은 23일도 이틀째 국회서 밤을 새웠다.
본회의장엔 김홍일 당수 등 60명선, 제2별관엔 귀국령으로 급히 돌아온 박병배 의원 등 10여명이, 제3별관엔 조연하 박종률 김승목 의원 등 10여명이 밤을 샌 것.
그러나 공화당의 약속을 다소 믿었음인지 긴장은 가시고 본회의장에선 김영삼 김재광 조윤형 김상현 의원 등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담소했고 휴게실에서는 정운갑 이중재 의원 등이 공화당의 장경순 부의장과 어울려 바둑을 두었다.
밤 11시쯤 공화당의 장경순 김용태 김봉환 오학진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나와 야당의원들과 얘기를 나누며 위로를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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