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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뒤얽힌 권력구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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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방콕=신상갑 특파원】이번 사태를 외신은 친위 「쿠데타」라고, 혁명위는 『혁명』이라고 큰소리치고 있으나 국민은 아무 관심도 없다.
「쿠데타」로 전 정부의 장관 부장관은 자동 사퇴하고 차관만 남았다.
5인 체제가 국사를 쪼개어 보려니 겸직이 성행한다. 하기야 「쿠데타」전에도 겸직은 이 나라의 명물이었다.
한사람이 수 개의 감투를 쓰고있는 예는 비일비재했고 「타놈」동생 「상가」는 외무부 장관의 본직 말고도 대학 총장·은행총재 등 9개 직을 겸직하고 있었는데 말썽이 나자 모두 버리고 외무부장관자리만 고수했다. 「코만」 전 외상도 외상직 외 모 무역회사 이사였으며 공보처 국장이 국립방송국장을 겸했고 현역 육군중장이 관광협회 이사장을 겸했다. 「프레스·센터」국장도 이 중장이 맡고있다.
「프라파스」도 전에 부수상·내무장관·육군총사령관·국립대학 총장을 겸하고 있다가 학생 「데모」로 대학총장자리를 쫓겨난 일도 있다.
사법부는 해체되지 않았으나 사실상 단심의 군사법정에서 대부분의 재판이 이루어지니 사법부는 개점 휴업 격이다.
사형은 군에 의한 총살형으로 집행된다.
혁명위는 향후 5년간 집권하게되며 새 헌법기초에 착수한다. 각료임명은 2∼3개월 안에 있을 것 같다.
혁명위의 포고문이 곧 법이 되는 것이다. 「타놈」은 무소불능의 독재권을 확립한 것이다.
문제는 만61세가 되면 현역에서 물러가도록 되어있는 군인사법의 운명이다. 혁명위는 이미 「타놈」의 현역임기를 1년 연장키로 결정했다..
「타놈」은 군직에서 물러나도 혁명위의장을 계속 맡을 수 있지만 군부를 배경으로 한 NEC혁명위의장이 군직을 내놓을리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73년 총선거는 있을 수 없고 적어도 5년간은 군부지배가 계속되는 것이다. 만일 「타놈」이 스스로 은퇴하거나 그만둬야 하게 될 경우 그의 계승권자는 사돈간인 「프라파스」가 유력시된다.
입헌군주제로 전환된 32년이래 태국에서는 군인이 권력을 주름잡아왔다.
수많은 왕과 왕족의 처첩, 집권자의 애첩의 자녀 중 남자는 외국유학을 하거나 군대에 들어갔다. 상층사회에서도 아들을 군에 보내는 것이 전통처럼 됐다.
따라서 태국사회의 「엘리트」는 군문에 들어가고 권력의 핵에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바로 군문이었다. 사회의 각 부문에 거의 손이 미치지 않는데가 없게 됐다.
군인들은 급료도 다른 직종보다 많다. 대령이 월3백「달러」쯤 된다. 군인은 사업체에도 한 몫 낀다. 은행이사·회사이사에 현역 군인이 버젓이 이름을 걸어 놓고 월급을 타먹는다. 기업체는 관의 시달림으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 군인을 채용, 초빙하여 한자리를 주는 것이다. 출근도 하지 않고 월급이 굴러들어오니 군인편에서도 좋다.
이것이 부패의 온상임은 분명하다.
현역군이 시장·성장을 군복입은 채 맡고 있다. 현역 군인 상당수가 관청에서 일한다. 「프라파스」 육군대장은 국방·내무·3군부사령관·육군총사령관·NEC부의장이며 「타놈」도 부지기수로 현직을 겸하고있다.
겸직이 성행하며 이나라 전통이다. 군인이 기업체 요직을 겸하고, 각계에 침투하고 있어도 국민은 이를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장성쯤 되면 번지르르한 고급차를 굴린다. 부정으로 번 돈이 아니고서야 비싼 고급차를 거의 예외 없이 굴릴 수 없다는 것은 논자들의 일치한 견해이다.
이 나라엔 「라디오」·TV를 겸한 방송은 군방송과 관영방송 두 개뿐, 민간방송은 없다. 「라디오」방송국은 1백34개소가 있으나 모두 관영이다.

<방송국 모두 군·관영>
재미있는 것은 군방송 「채늘」 7이 「칼라」 TV방송을 민간인에게 하청주었다. 말하자면 면허를 팔아먹는 격인데 「칼라」 TV 「채늘」 7 방송사장이 이 나라 제2인자 「프라파스」 장군 부인이라는 얘기다.
경찰의 부패도 엄청 나다. 「쿠데타」 거사의 한명분인 범죄의 격증도 원인의 일부는 경찰의 부패에 있었다. 경찰이 돈에 매수되어 범인을 다루니 법추서는 해이해질 수밖에 없다.
물건을 도둑맞았을 때 신고를 하는 것은 헛일이다. 일반관리도 썩었다.
공사계약을 하자면 공사계약 전에 「커미션」 계약을 하는 것이 관례이다.
관청에서는 「급행료」를 서류 속에 끼우지 아니하면 서류결재가 돌아가지 아니한다고 한다. 영주권을 얻고싶으면 약1천불만 뇌물로 쓰면 손쉽게 해결된다고 한 외국인은 개탄했다.
「쿠데타」 전엔 살인범도 돈만 쓰면 몇년만에 출옥했다고 했다. 한 운전사는 실화죄로 경찰에 잡혀간 자기식당지배인을 빼내오는데 7천불이 들었다고 했다. 재산을 그때 몽땅 날려 「택시」운전사 노릇한다고 서글퍼했다.

<사원입장료도 착복>
기자는 관광취재 겸 「방콕」시내의 큰사원에 들렀다. 입장료를 주었다. 영수증(입장분)을 주지 않는다. 「가이드」가 항의하니 『자기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다』라고 솔직이 고백하였다.
「타놈」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는 기자질문에 집 한채 뿐이라고 했다. 『그럼 부인재산?』하니 그것은 자기가 알바 아니라고 했다. 「타놈」부인도 거부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프라마스」대장부인은 수십억대의 재산가로서 「방콕」시내에도 억대 「아파트」가 여러 채 산재해있다. 군방송 중 「라디오」·「칼라」TV「채늘」4의 사장도 바로 「프라마스」 부인이다.
한 맥주회사장은 이 나라 맥주의 법정허용 「알콜」 한도가 7%인데 이 친구가 만드는 맥주는 14%의 「알콜」이 들어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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