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넘어가던 날|위인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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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그날은
밤새 눈보라가
퀀시트 병사를 넘어가고 있었다.
가을에 떨어진 도토리 서너
눈 속에 남아 알이
얼어가던 밤.
주저항선 부근의 빈 막사에 스토브를 활활 피워놓고
언 손을 녹이며
병사의
어디론지
가슴을 담고
떠나가는 눈보라
손에
도토리처럼 모여 앉아
저마다 신춘문예의 당선통지를
기다리는 S0군번들의 앞 김에
눈먼 폭풍이
마구잡이로 휘몰아쳐 왔다.
파도같은 눈보라가
권시트 지붕을 둥그렇게 넘어갈 메마다 막소주를 가슴에 퍼부으며
우리는 그날 철조망에 걸린 바람처럼 흑흑 흐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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