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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떠다니는 자살 정보, 법으로 차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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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시미즈 야스유키는 “자살자의 유가족들이 주위 비난과 편견에 시달리는 것도 큰 문제”라고 했다.

“일본에선 최근 5년 새 취업 실패를 이유로 자살하는 청년의 수가 2.5배 늘었습니다. 한국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위험할 겁니다.”

 ‘라이프 링크(LIFE LINK)’라는 자살대책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시미즈 야스유키(淸水康之·41)의 말이다. 그는 지난 7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생명의 전화가 주최하는 ‘청소년 정신건강과 자살 예방 실천방안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자살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시미즈는 원래 일본 최대 방송사인 NHK의 다큐멘터리 PD였다. 2001년 자살 유가족의 사연을 담아 제작한 ‘아빠, 죽지 마세요… 남겨진 아이들’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자살 예방 대책에 나서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다. 2004년 NHK를 퇴사해 비영리기구(NPO) 라이프 링크를 설립했다. 이후 자살대책 법제화 서명운동을 주도했고, 2년 만인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 제정이란 결실로 이어졌다. 자살대책기본법은 자살 방지책은 물론, 자살자의 친족 등에 대한 지원을 담고 있다. ‘자살 대책 마련에 공헌해야 한다’는 점을 국가·지방자치단체·사업주 책무 사항에 넣었다. 인터넷을 통한 자살 관련 정보 유통도 법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는 자살대책기본법에 대해 “개인적 문제로 여겨졌던 자살이 공론화 돼 정부와 지자체가 발벗고 나설 법률적 근거가 만들어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자살한 이의 유가족들은 굉장한 소외감을 느낍니다. ‘왜 가족의 자살을 막지 못했느냐’는 주위 사람들의 비난에 시달리기 때문이죠. 유가족들에게도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 이 때문에 특히 아이들이 힘들어 합니다.”

 시미즈는 “자살 유가족들이 음지에서 나와 스스로 목소리를 내게 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지만 자살 예방을 위한 일본 정부의 대책과 노력으로 이어지지는 못해 답답했다”고 말했다.

 시미즈는 자살 예방을 위해 구조와 제도를 함께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지역별 자살자 수를 월별로 통계낸 후 지자체에 전달한다. 지자체는 자살이 가장 많은 달에 집중적으로 캠페인을 벌이는 등 독자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시미즈는 “일본은 신학기가 4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그 직전인 3월에 자살이 많다”며 “그런 점을 고려해 3월에 학생들을 상대로 한 캠페인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시미즈는 동료들과 자살 원인 분석을 위한 조사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 3∼7월 대학생, 대학원생들과 프로젝트팀을 결성해 청년들의 취업활동에 대한 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많은 20대가 일본 사회의 공정성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특히 청년층의 취업 실패와 실업에 대한 불안감이 자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안타깝고 슬픈 죽음을 계속 접하다보니 정신적으로 정말 피로하다”며 “하지만 나와 동료들의 노력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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