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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 임금 10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앞으로 보름이면 71년도 다 저물어 간다. 세모의 거리에는 자선남비가 등장하고 백화점이며 여러 상점에는 「크리스머스」 장식이 화려하게 번쩍이고 있다. 우체국 창구에는 외국으로 소포 부치는 장사진이 이루어지고, 「샐러리맨」들은 연말 「보너스」의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최근의 불황으로 상당한 실업자가 발생하고, 일자리를 얻은 근로자들 가운데서도 정당한 임금을 못 받아 일상 생활에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측이 적지 않다.
15일 한국 노총은 체불 임금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체불 임금의 조속한 청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 노총의 추계에 의하면 지난 11월말 현재 5만4백49명의 근로자가 10억5천2백60만7천14원이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예는 체신 관계 업소의 경우로서 여기서는 2만3천4백57명의 근로자가 4억6천1백78만5천원이나 되는 임금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이 광산 관계의 4천4백50명에 대한 2억8천7백95만원, 운수 관계가 1만2천명에 8천6백만원, 섬유 관계가 5천5백30명에 8천만원이며, 기타 해운·화학·금속·부두·연합 노조 산하에도 상당한 체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노총은 ⓛ미불 업체는 사소한 이유를 들어 변명하지 말고 즉시 임금을 청산하도록 요구하고 ②업체 단독으로 어려울 때에는 노사 공동으로 체불 임금 청산 협의회를 구성하여 유휴 자산 처분, 제품의 공동 관리 및 융자 등 해결책을 강구하여 임금 자원을 확보할 것이며 ③이 같은 방법으로도 안될 경우에는 정부가 그 임금을 보상할 것을 요구하였다. 노총은 임금 해결이 안될 경우, 고발 또는 실력 행사 등 실력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성명 했다.
어느 나라이건 연말이란 흔히 어수선하기 마련이요, 또 출비가 많은 계절인 것이다. 노동자들로서도 진 빚 독촉에 시달리는 계절이요, 최소한 어린아이들 새 옷가지나 마련해 주고싶은 계절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기에 고용주는 연말에는 대금을 앞당겨 주어야 할 것이며, 과외로 나가는 돈을 보충하기 위하여 다소간이나마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 인간 사회의 도리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나라의 경우엔, 실질 임금이 낮기 때문에 보너스도 상여금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종업원들의 생계비 부족을 메워주는 수단으로 보아야 하겠기 때문이다. 하물며 어떤 사전에 의해서든 간에 임금조차 제대로 지급치 않는다고 해서야 단순한 노사간의 권리·의무 관계를 떠나서, 인도적으로도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물론, 기업가들로서도 심각한 불황 때문에 본의 아니게 임금 체불을 강요당하고 있는 예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임금은 근로자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것만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주어야 할 것이요, 더군다나 체불 대금만은 연내 청산을 완수해야 할 것이다. 업체 단독으로 정 어려울 경우에는 정부가 이들에게 단기 금융의 혜택을 주어 이들을 도와줘야 할 것이다.
정부는 연말의 「인플레」 요인을 걱정할지 모르나 체불 노임만은 일소하도록 노동청과 보사부는 사기업의 대금 지불을 독려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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