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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개공사건의 확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검수사국은 10일 밤 전직 농림부장관이던 차균희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수뢰 및 업무상배임혐의로 구속하고, 전 농어촌개발공사 총재인 문방흠씨 등 3명을 알선수뢰혐의로 입건, 증거가 보충되는 대로 이들도 구속할 방침이라 한다. 검찰온 또 이 사건에 관련하여 농개공 자회사 사장 중 몇 명과 삼안산업대표 대한화재보험 전무이사 등 9명도 뇌물공여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한다.
대검이 밝힌 바에 의하면 차씨가 총재 재직 중 모두 3천3백90만원을 수뢰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대검은 또 13일 밤에는 이와 관련하여 도로공사의 현직 사장 허필은씨·부사장 이선희씨 등 동사 간부직원 4명과 토지 「브로커」 1명을 역시 업무상횡령혐의로 구속했다하는데 대검에 의하면 이들은 지난해 5월14일 도로공사가 경부고속도로 연변개발사업을 위해 차씨의 실형명의로 돼있는 토지를 매수함에 있어 그 계약을 둘러싸고 계약액수를 조작하여 5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있다.
그동안 도정쇄신의 일환으로 부정공무원에 대한 일제감사가 자주 실시되었거니와 앞서 감사원은 많은 부정공무원들을 적발하여 검찰에 고발하였고, 또 청와대 사정담당보좌관실에서도 몇 가지 중대한 비위사건들을 적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중복조사 등으로 그 증거가 인멸되어 버릴 우려조차 자아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수뢰와 횡령의 증거를 포착한 것은 끈덕진 수사를 통해 물적 증거를 잡은데서 온 큰 성과라고 하겠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전직 장관과 농어촌개발공사 총재를 지낸 차씨의 재산은 1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직고관이 어떻게 그토록 거액의 치부를 할 수 있었는지 일반국민으로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축재요, 그 배후에는 반드시 지속적인 부정이 저질러졌으리라는 심증만은 씻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차씨의 재산은 형의 명의로 되어있는 것도 있고, 친척의 이름으로 된 것도 있어 얼마까지가 진짜 그의 소유재산이며, 또 어느 정도가 부정축재의 산물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일개 국책회사의 총재직위에 있던 사람이 10억대의 재산을 치부할 수 있었다는데 대하여서는 우리 사회에 미만하고 있는 부정·부패의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가에 대해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 것이다.
대검과 사정당국이 전직장관급에까지 수사의 손을 뻗치고 전직 장군이며 현직 국책회사의 사장을 구속 수사하게 된데 대해서 국민은 우선 큰 격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항간에는 부정·부패의 추방은 송사리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번 검찰이 보여준 태도는 그들이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부정·부패 공무원을 일망타진할 결의를 전국민에게 천명한 것으로 보아 큰 기대를 걸게 하는 것이다.
검찰과 사정당국은 일단 빼어든 보도를 계속 휘둘러 부정수법으로 치부를 했거나 부패행위를 일삼은 모든 자에게 그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철퇴를 가함으로써 서정쇄신의 마무리를 짓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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