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불편한 내 다리, 하지불안증후군이 당신의 잠을 방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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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계명의대 동산의료원
수면클리닉 신경과 조용원 교수

올해 환갑을 맞은 중년 여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밤에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불편해지는 다리 때문에 잠을 깨기를 수 차례, 불면증까지 생겨 일상이 말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저린 것도 아니고 아픈 것도 아니고 당기는 것도 아니고 증상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증상과 가만히 있으면 악화되고 움직이면 호전되는 증상이 야간에 악화된다는 말에 ‘하지불안증후군’을 의심하게 됐고, 몇 가지 검사를 거친 뒤 치료제를 처방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가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신경계질환이다. 움직이고 싶은 충동은 대게 다리의 불편한 증상을 동반하여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하는데, 벌레가 기어간다, 저리다, 시리다고 하기도 하며, 때로는 아프다고 하기도 한다. 영어로는 Restless Legs Syndrome (RLS) 이라고 하며, 한 마디로 다리를 가만히 둘 수 없는 증상을 일컫는다.

이런 증상은 임산부들이나 말기 콩팥 질환 환자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조사에 따르면 임산부 20%가 하지불안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한다. 여성 환자의 경우 임신 3기 중에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는 경험담이 많다. 문제는 앞서 소개한 중년 여성처럼 수면의 질이 떨어져 낮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다.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한 숙면이 어려워져 불면증으로 이어지고, 일상 생활에 장애를 주는 악순환이 계속되기도 한다. 실제 국내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들의 삶의 질을 조사한 연구를 보면 만성질환인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들의 삶의 질과 유사한 정도로 낮았다.

국내 대규모 역학조사를 보면 실제 우리나라 인구 중 7.5%가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을 가지고 있으며, 1.5%는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하지만, 이들 중 24%만 치료를 받는 것으로 조사되어, 하지불안증후군은 국민적인 인식도가 낮은 질환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리의 불편한 증상이 불면증 등 지속적인 수면장애로 발전하여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커져도 아직 어느 과에서 진료받아야 하는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리가 아프니 디스크가 아닐까? 의심해서 관련된 치료를 받거나, 하지정맥류 등의 말초혈관질환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아 혈액순환제 등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는 자가 처방을 하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수면전문의와 상담과 몇 가지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다행히 정확히 진단되어 적절하게 치료하면 빠른 증상회복을 보인다. 원인에 따라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철분 부족이면 철분제를 복용하면 되고,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부족이라면 뇌 속에서 도파민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는 도파민 효능제를 쓰면 된다. 도파민 효능제는 경구 복용하는 약물 이외에도 24시간 동안 약물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패치형 제제도 있다.

카페인 섭취, 과도한 운동, 음주(와인) 등은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 다리의 긴장을 풀어주는 마사지나 찜질 등은 잠들기 전에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줄일 수 있으니 활용해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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