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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글자가 만든 15억 달러 갑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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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트위터는 6일 오후 3시48분(현지시간) 회사 공식 계정으로 다섯 단어로 된 짧은 트윗을 올렸다. “지금 막 우리 회사의 가격을 매겼습니다(We just priced our IPO).” 단문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판도를 바꿔놓은 트위터다운 발표였다. 새로운 억만장자‘들’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공모 가격은 주당 26달러였다. 트위터 주가는 7일 상장 직후 공모가보다 70% 높은 주당 45달러로 출발했다. 공모가로만 따져도 141억 달러(약 15조원)인 기업 가치가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2006년 창업 후 겨우 7년여 만이다. 회사는 이날 7000만 주를 발행해 막대한 현금을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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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관심은 이제 트위터가 새롭게 탄생시킨 갑부들에게 쏠렸다. 페이스북(2012년 5월 기업공개)의 마크 저커버그 이후 1년5개월 만의 정보기술(IT) 갑부 탄생이기 때문이다. 첫째 주인공은 트위터 공동 창업자 에번 윌리엄스다. 마흔한 살의 젊은 최대주주 윌리엄스는 트위터 주식 5634만 주(10.34%)를 갖고 있다. 개인으로는 가장 높은 지분율이다. 공모가로만 계산해도 15억 달러에 가까운 가치다. 140자(1회 트윗할 수 있는 글자 수) 서비스 덕분에 생겨난 억만장자다. AP통신은 윌리엄스를 두고 “네브래스카 농장 출신 시골 소년의 놀라운 성장”이라고 했다.

 공동 창업자 잭 도시도 마찬가지다. 그는 4.0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상장으로 6억 달러를 거머쥐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는 전자결제 전문회사 ‘스퀘어’도 창업한 인물로 이미 억만장자 대열에 올라 있다. 트위터 상장으로 그의 재산은 더 불어나게 됐다”고 전했다.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 딕 코스틀로도 한몫 두둑이 챙겼다. 창업자만큼은 아니지만 1500만 달러 상당의 56만6920주(0.10%)를 갖고 있다.

 이들의 돈방석은 투자은행이나 펀드와 견주면 약소하다.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와 벤처펀드 스파크 매니지먼트 등은 수억에서 수십억 달러를 챙길 수 있게 됐다.

 ‘에인절 투자가(angel investor·위험을 무릅쓰고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한 이)’로 나선 몇몇도 트위터가 한창 돈가뭄에 시달릴 때 투자한 덕분에 대박을 터뜨렸다.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할리우드 배우 애슈턴 커처 등이다. 알왈리드 왕자와 브랜슨 회장은 2013년 포브스 선정 세계 26위와 272위에 랭크돼 있는 공인 갑부다. 트위터 투자 성공으로 이들은 돈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커처는 올해 개봉한 애플 창업자 전기영화 ‘잡스’에서 스티브 잡스 역을 맡았다. CNBC,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이들이 보유한 트위터 지분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각각 수백만~수천만 달러를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윌리엄스 등이 당장 현찰을 손에 쥔 것은 아니다. 의무보호예수 제도 때문이다. 상장 이후 180일이 지나야 보유 주식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장한다고 해서 이들이 주식을 서둘러 팔아치우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장부상으로라도 막대한 부를 쌓게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트위터와 상당 기간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의미다.

 트위터 앞날이 창창할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위터는 올 들어 순손실 규모가 1억3400만 달러에 달한다”며 “SNS 업종은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장 이후 수익 창출 능력 논란에 휘말려 주가가 상당 기간 추락했던 페이스북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현숙 기자

의무보호예수=기업 상장 후 일정기간 최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한 제도. 상장 초기에 최대주주 주식 물량으로 시장이 교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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