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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멘토링] 구직도 주식처럼 과감한 '손절매'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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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오른쪽 둘째)가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내 청년위원회 사무실에서 대학생 3명과 멘토링을 하고 있다. 신 대표는 “항상 자기 삶의 ‘고용자’가 돼야 하며, ‘피고용자’로만 살아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사진 인크루트]

“졸업은 했어요?” “졸업은 했어요….”

 신용한(44)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대학생 3명의 멘토링은 졸업 여부를 물어보는 ‘어색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이미 대학 학기를 마쳤거나 졸업학기를 다니지만 취직은 아직 성공하지 못한 멘티들에게는 난처한 질문이다. 88학번인 신 대표는 대표적인 ‘486세대’다. 대학 졸업 후에는 주식·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동해 오다 2005년 고등학생·대학생 경제 강연 이후, 벤처 창업지원과 멘토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멘토링이 사회적 분위기를 타기 전부터 멘토로 활동해온 셈이다. 현재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에서 ‘2030세대’의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 문제를 연구하고 정책을 제시하는 일자리창출분과위원회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신 대표가 김세영(26·건국대 경영학과), 유예나(24·덕성여대 국문과), 이사범(25·07학번·가톨릭대 경영학과)씨를 상대로 멘토링을 했다.

 - 우선 신 대표는 청년위에서 어떤 활동을 주로 하고 있는가.

 “이곳에서 하는 업무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지난 7월 청년위 발족 이후 타운홀 미팅을 22차례 하며 약 6000㎞를 이동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청년 2000여 명, 온라인에서는 약 12만 명과 소통했다.”

 - 다녀본 결과, 현재 우리 같은 취업 준비생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가장 큰 문제는 취업준비생들 나름대로 이상과 꿈이 있는데 현실은 못 미치는 거다. 이 때문에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청년위 조사 결과, 2013년 11월 현재 일자리 26만 개가 미스매치돼 있다. 사실 8년간 멘토링을 하면서 멘티가 800여 명 생겼는데, 내 멘티들조차도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에 가려고 한다. 솔직하게 지금 여러분들이 자신 있게 이름을 댈 수 있는 회사는 열 손가락 안쪽일 것이다(멘티 일동 “네”라고 답해). 삼성·현대차·SK·LG·롯데·GS·현대중공업 정도다. 취업포털 조사에서도 취준생들이 알고 있는 기업이 고작 27개 정도로 나왔다.”

 - 그렇다면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보는가.

 “아니다. 그렇게 얘기하면 내가 여러분들한테 두들겨 맞는다(일동 웃음). 사실 우리 청년들은 학교에서 ‘직업인으로 산다는 법’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다. 진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이다.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진로 교육을 의무적으로 정해 상당한 공을 들이지만 우리는 안 된 거다. 이 때문에 우리 청년들은 30세가 넘어서까지 자기 삶의 피고용자(employee)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난 멘티들에게 끊임없이 ‘당신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라’고 조언한다.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지 않으면 늘상 ‘피고용자’로 전락한다. 예를 들면 당신이 위험감수자(risk-taker)인지 위험회피자(risk-averter)인지 주식투자를 할 때처럼 따져봐야 당신에게 적합한 직업이 뭔지 찾을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취업을 할 때도 자기의 목표와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그 접점을 찾을 수 있다.”

 - 하지만 구직활동을 하다가 계속 실패하는 게 요즘 청년들의 일상이다. 이들을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

 “로스컷(loss cut)이란 단어를 설명해주고 싶다. 우리말로는 ‘손절매’라는 뜻이다. 만약 1000원을 투자했는데 100원 잃었다. 내일이면 본전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200원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때 과감히 손절매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현재 원하는 직무에서 서류도 통과하기 힘들다고 하면, 그때는 알아서 손절매를 해야 한다. 요즘 청년들은 대학까지 부모들이 정해주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결단을 잘 내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필요할 때는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가야 한다. ‘플랜 B’를 알아서 개척해야만 하는 것이다.”

 - 구직이 힘들어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직장 생활을 하는 것보다 창업을 해서 자신의 사업을 해나가는 건 분명 성취감 있는 일이다. 겉으로만 보기에 직장이라는 곳이 ‘월급을 받기 위해 다니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의 진정한 묘미는 월급이 아닌 ‘세상의 룰을 배우는 곳’이라는 점에 있다. 또 지속적으로 ‘수익 구조’라는 것에 대한 고민과 연습을 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직장이다. ”

 마지막으로 신 대표는 멘티들에게 ‘경쟁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 삶에 있어서 경쟁자는 바뀔 수 있지만 경쟁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한정된 자원하에서 갈수록 많은 사람이 경쟁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라며 “그걸 회피하게 되면 곧 탈락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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