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파키스탄」분쟁 극비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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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편집자 주="「야햐" 칸」이 한낱 인도 침투분자에 불과하다던「벵글라데쉬」「게릴라」들은「파키스탄」정부와의 협상을 주선하는 미국 중재 안을 거부하기에까지 이르렀으며, 인도정부는 곧 승인하리라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야햐·칸」「파키스탄」정부와「벵글라데쉬」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비밀리에 양측지도자의 회담을 주선하려 했으나「벵글라데쉬」측이 이를 거절했다고 인도정부 소식통이 말했다.
미국은 서방 세력과 소련 등이 인도 「파키스탄」분쟁 해결에 적극 나서자 이와 같은 시도를 했는데, 특히 지난 3∼4주간 가장 주력했었다.
미국은 주로「야햐 칸」정부와「벵글라데쉬」간의 협상의 기초를 모색하는데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벵글라데쉬」지도자들은 미국이「파키스탄」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몹시 꺼려했다. 즉 자기들이 주장하는 완전독립과는 거리가 먼 흥정을 붙여놓고「벵글라데쉬」지도층의 분열을 조장하려 한다고「빙글라데쉬」측은 생각한 것이다.
결국 동「파키스탄」의 최대정당인「아와미」연맹 의원들은 미국을 상대로「벵글라데쉬」의 장래를 상의하지 말도록 지시 받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강경한 협상거부는 미국에 대한 의구심 외에「벵글라데쉬」지도자간의 분열에도 일인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전문가들은「벵글라데쉬」지도층에 분열징조가 있으며 특히「게릴라」지도자와 구 정치인들간의 반목이 심하다고 말했다.
자신만만해 하는「게릴라」지도자들은 극히 호전적인 자세로 완전독립을 요구하고 있는데 내전확대에 따라 구 정치인들의 발언권은 점점 줄어들었던 것이다.
「야햐·칸」정부와「벵글라데쉬」간의 협상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야햐·칸」이「아와미」연맹 지도자인「셰이크·무지부르·라만」을 구금하고 있는 데 있다. 이 점은 협상주선에 나섰던 미국에서도 은연중에 비친 바 있다.「무지부르」가 영도하는 아와미 연맹은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3백 13석의 국민의회의석 가운데 1백 67석을 차지했다. 따라서 그는 민정 이양을 위한 제헌의회에서 다수세력으로 군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야햐·칸」의 군사정권은「아와미」연맹이 6개 항목의 계획을 발표하자 이를 동「파키스탄」 독립을 위한 청사진이라고 트집잡아, 의회 개원을 연기했다.
「무지부르」를 비롯한 아와미 연맹지도자들은 체포됐고,「파키스탄」군은「아와미」연맹을 불법화하고 그 지지자들에 대해 피비린내 나는 보복을 감행했다.
체포되지 않은「아와미」연맹 지도자들은 인도로 망명,「벵글라데쉬」정부를 수립하여 동「파키스탄」 수복지구에 발판을 굳히고 있다.
「벵글라데쉬」지도자들과 인도 측은 협상의 전제조건으로「야햐 칸」이「무지부르」당수를 석방하도록 미국이 측면에서 압력을 가할 것을 여러 차례 미국에 요구했다.
인도의 대「파키스탄」전략책임자로 알려진「D·P·다르」는 과연 그러한 노력이 이루어질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우리로서는 다만 선의를 가지고 있음을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네드·키팅」주인미국대사가 미국과「벵글라데쉬」대표와의 접촉에 관해 미국무성은 알고 있다고 인도 외무성관리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도 고위관사 말에 따르면 미국과「벵글라데쉬」와의 접촉은「파키스탄」이나 혹은 제3국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믿을 만한 다른 소식통들은 양자간의 접촉이 인도의「캘커타」지방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하고있다.「다르」는 회담을 중재하려는 외부의「이니셔티브」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만약「벵글라데쉬」인민과 지도자간에 서「파키스탄」당국에 대한 항복문제를 둘러싸고 그들 중의 일부를 설득하는 데 조금이라도 정치적으로 분열이 생길 수 있다는 인상이 있거나, 또 이것이 문제의 해결책을 초래한다고 생각된다면 이는 분쟁을 장기화시키는 비극적인 오산이다.』이런 견해는 외부와의 개인적인 정치적 접촉에 대한 아와미 연맹의 제한의 반영으로 보이는데, 이런 제한은 지난 10월 28일 동 연맹 35인 통치위원회가 당선국회의원들에게 미국대표와 회담하지 말 것을 충고할 때 취해졌다.
「유럽」외교 소식통들은 이 위원회의 결의가 협상의 기틀을 찾아내려는 미국 측의 시도에 제동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들은 이번 거절을「아와미」연맹의 최후거절 통첩이 아님을 주목하고, 미국의 중재노력의 결실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았다.【짐·호글런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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