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트로이카」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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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크렘린」에서는 「브레즈네프」당 서기장의 지위를 강화하는 움직임, 즉 최고간부회의 의장이나 수상을 겸직할 수 있는 방법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소련권력구조로 미루어 이러한 가능성은 실현성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크렘린」이 내부에서 어느 한 사람의 권력이 강화되면 당의 지도권과 아울러 행정권도 장악한 것이 상례였기 때문이다.
기대 권력을 휘둘렀던 「스탈린」은 물론, 「흐루시초프」도 강력한 반대세력을 제거한 다음 당과 정부의 정상에 군림했었다.
「스탈린」은 「트로츠키」를 제거한 다음 당·행정권을 장악하고, 「흐루시초프」는 얼마 동안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다가 「말렌코프」「불가닌」을 차례로 제거하고 권력의 정상을 차지했었다.
지난 3월의 24차 당대회를 고비로 두드러지기 시작한 「브레즈네프」의 독주경향은 새삼 전례에 따라 권력구조개편 추측을 낳아왔었다.
이러한 추측을 결정적으로 강화한 것이 지난 9월부터 있었던 소련수뇌부의 방문외교였다. 다른 두 지도자를 제쳐놓고 「브레즈네프」서기장이 「유고」서독「프랑스」 등 소련 외교 주력권 교섭을 도맡아 주요정책결정의 주역이라는 추측을 뒷받침했었다. 이에 비해 「코시긴」수상은 「알제리」「캐나다」「덴마크」 등 『2급 지』 국가와의 교섭에 동원됐던 것.
국내정치면에서도 작년 7월의 중공위 총회에서 농·공업투자배분에 대한 「코시긴」과의 논쟁에서 「브레즈네프」가 판정승한 이래 그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코시긴」의 입장이 계속 약화돼 왔었다.
또 24차 당 대회에서 「트로이카」의 서열은 2위였던 「코시긴」이 「포드고르니」의 아래로 처지는 한편 당 중앙위 구성도 「브레즈네프」계인 당료파가 1백63명, 「코시긴」계열의 「테크노크라트」파가 1백40명으로 뒤바뀌었다.
23차 당대회 때에는 1백36대 1백39로 「테크노크라트」파가 우세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브레즈네프」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코시긴」이나 「포드고르니」를 희생시키고 주요 「포스트」를 독점하지는 않으리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코시긴」의 지위가 약화되기는 했으나 「테크노크라트」와 일반 국민 사이의 그에 대한 인기로 미루어 명목상의 「트로이카」체제를 유지하며 「브레즈네프」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통제의 개편, 즉 동독이나 「유고」「루마니아」처럼 당 간부로 구성된 국가최고정책 결정기관인 국가 평의회를 신설, 「브레즈네프」가 과장을 겸직할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이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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