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의 종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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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1일 동안에 걸친 국회의 각급 행정부처에 대한 국정감사는 18일로 모두 끝났다. 위수령발동과 학원사태, 사법파동 등이 크게 문제로 되었으나 추궁의 초점은 경제문제로 집중되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외자도입에 있어서 차관업체의 80%가 부실이며 국책회사는 거개가 경영이 허술하여 적자 투성이 임에도 불구하고 간부들에 대한 보수는 지나치게 후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정부의 공사계약은 놀랍게도 그 97·5%가 수의 계약이었으며, 부실기업에 대한 특혜지원으로 금융이 마비상태에 빠졌는데다가 관세감면액이 많고, 정부가 몇몇 토건회사에 부당이득을 주었기 때문에 국고손실이 상당히 큰 액수에 달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또 양곡정책 분야에 있어서는 미세 감산과 외미 도입 증가로 중대한 실정에 직면했음이 드러났는데 다른 한편으로 전력의 과잉생산과 철도의 적자운영 등 중대한 국가적손실의 단면도 파헤쳐졌다.
이처럼 국회가 불과 20일 안팎의 국정감사로 국정운영상의 중대한 결함을 파헤치고, 많은 문제점들의 소재를 들춰낸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번 국정감사가 근래에 보기 드문 정도로 좋은 실적을 남겨 부정부패의 내원을 깊숙이 파헤치고, 국민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까지 풀어줄 수 있었다는 것은 감사에 임한 국회의원들이 대체로 당파소속에 구애되지 않고 3권 분립제하 입법부의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데 성의껏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국정감사가 국회의 권위를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한다.
국정감사를 통해서 밝혀진 행정부의 실정이나 과오·비위나 부정부패 등은 앞으로 행정부가 그것을 자진해서 시정해 나감으로써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종전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국회의 국정감사 때 잘못이 드러나 행정부가 신속한 시정을 약속해놓고서도 시일만 경과하면 우물쭈물 그대로 넘겨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도 행정부가 범한 과오를 이처럼 방임해둔다거나 그 실정과 비위를 무책임하게 연장해 간다면 이는 작게는 국회의 권위를 모독하고, 크게는 주권재민의 헌법정신을 우롱하는 처사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 까닭으로 우리는 앞으로 두고두고 행정부가 국정감사에서 지적 당한 과오·실정·비위·부정 등을 솔선해서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느냐를 주시해 나가겠거니와 국회도 각 상임위소관별로 감사에서 문제되었던 점의 시정여부를 꾸준히 감시, 편달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의 결과 총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우리 정부가 소수 특권층의 부당한 이익에 동조키 위해 다수 국민의 이익을 무시하는 경향을 갖고 있었음을 여실히 밝혀준 사실이다. 이런 경향을 극복치 아니하고서는 정부가 전체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유지해 나가기 어려울 것이요, 정부의 모든 시책은 물위에 떠도는 기름처럼 국민대중과 크게 유리될 가능성마저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행정부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장에 서 있는 입법부의 거울에 비추어진 자체의 모습을 허심탄회하게 검토하고, 입법부의 고언과 비판을 충분히 받아들여 국정쇄신의 좋은 계기로 삼도록 해야한다.
내외로 다사다난한 환경 속에서 정부는 총선 후 첫해에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시정사항 중 합리적이고 정당한 것을 모두 서슴지 않고 받아들이는데 더욱 더 주력할것을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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