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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단의 촌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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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 때보다 더 잘 불러>
▲이유선(음악평론가·중대교수)=한마디로 말해 아주 좋았다. 지난 5일 마침 도오꾜에 간 길에 그의 공연을 들었는데 그때보다 코렐리는 더 잘 불렀다.
10일 동안 두 번 이나 그의 노래를 들었지만 그의 미성과, 특히 박력에 넘치는 백만불 짜리 고성은 들을수록 매혹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팬들도 매우 열렬했지만 한국 팬들이 더 열광적이었으며 이것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이탈리아 국민들 못지 않게 성악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예술성이 흐르는 노래>
▲조상현(바리톤·예총부회장 )=이탈리아의 가수들은 대체로 정열적이고 기교를 많이 부리는 것이 특징이며 따라서 외형적이고 너무 기교에 흐르기 쉬운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코렐리는 조금도 가벼운 기교를 부리지 않고 끝까지 신중한 태도로 진지하게 노래했다. 67년 그의 오페라는 봤지만 독창회는 이번이 처음인데 예술성이 그대로 흐르는 그의 무게 있는 노래들은 정말 감명 깊었다.

<청중에의 매너도 좋아>
▲김자경(소프라노)=너무나 좋았다. 우리 나라에서 이와 같은 세계적 테너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고마웠다. 세계적 음악가이면서도 청중들에게 좀더 놓은 노래를 들려주려는 진지한 태도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무대 위의 그의 모습은 아주 씩씩하고 믿음직스러웠으며 끝까지 청중에게 열심히 노래했다. 무대 뒤에서 만난 코렐리는 매우 서민적인 것 같았으며 앙코르곡을 더 부르지 못해 안타까와할 정도로 청중을 대하는 태도가 진실했었다.

<세계의 정상다운 관록>
▲백낙호(피아니스트·서울대 음대 교수)=세계의 정상다운 관록을 보여 주었다.
7년 전에 들었을 때 비하면 좀 미진한 듯 하지만 현존 테너로는 아직 그를 따를 자가 없으며 볼륨과 고음의 풍부함은 정말 놀라왔다.

<그의 성량 따를 이 없어>
▲김옥자(소프라노)=코렐리의 박력 있는 성량은 과거·현재·미래를 통틀어 따를 사람이 없을 것 같다.
2년 동안 로마에 있으면서도 그때는 코렐리가 주로 메트러폴리턴 무대에만 출연, 들어보지 못한 노래들을 한국에서 듣게 되어 감회가 깊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학구적인 면을 보여주었으며 좋은 노래를 들려주려고 노력하는 태도는 인상적이었다. 팬들의 사인공세 때문에 앙코르곡을 더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최고 음을 자유로 구사>
▲김화용(테너)=레코드로 듣던 노래보다 상당히 맑았으며 역시 미성이었다. 고음에 올라가면서 커버하는 테너 창법에서도 아주 밝게 공명을 시켰으며 최고 음의 소리는 완전무결했다.
스테파노 등의 스테이지·매너는 제스처가 쇼적인데 비해 코렐리는 제1인자답게 진지하게 노래했고 자신만만하게 실력을 과시했다.
그는 듣는 사람이 안정되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최고 음도 부드럽게 자유로이 구사했다. 특히 큰 볼륨을 나타낼 수 있는 호흡의 뒷받침은 정말 놀랄 만 했고 우리 성악인들에게 많은 도움과 연구과제를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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