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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과 아쉬움이 부른 코렐리 앙코르 공연|정경순(소프라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다음 글은 프랑코·코렐리의 한국공연을 전후하여 코렐리 주부와 가까이 지냈던 소프라노 정경순 교수(이 밀라노 베르디 음대 출신)의 공연장 주변 얘기다. <편집자 주>
우리 나라에서 전례 없는 최고의 개런티와 입장료를 지불케 한 세계적인 대 테너 프랑코·코렐리의 독창회를 이번에 들어본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직도 그 감흥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욱이 음악회가 후반에 접어들어 프랑코·코랠리의 소리가 점점 뜨거워지고 바야흐로 그의 소리와 노래의 묘기가 열을 뿜기 시작한 무렵 그의 세 번째의 앙코르곡인 저 유명한 나폴리 민요 『오·솔래·미오』의 여음이 아직도 채 사라지기도 전에 갑자기 무대 위에 뛰어오른 한 열광적인 여성 팬에 의해 음악회가 끝나고만 아쉬움을 느낀 사람에게 있어 서랴.
그러나 이 아쉬움은 유리 청중뿐만 아니었다. 우리 나라에 앞서 극동에 있어서는 이미 일본에서 5회의 독창회를 갖고 그곳에서 동양인의 청중을 처음으로 알게된 코렐리씨 부부는 벌써 일본에서 한국사람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왔었다.
그러나 15일 밤 밖에서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무대 뒤 의상실 창문으로 뛰어 들어오는 등 일본사람들과는 비교도 안될 이만큼 정열적이고 개방적이며 솔직한 우리 나 청중을 눈앞에 보고 사뭇 놀라움과 기쁨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들 팬들을 위해 더 노래를 계속할 수 없었음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무대예술인의 생활이구나 하고 나는 놀랐다. 드디어 이 양쪽의 아쉬움은 프랑코·코렐리의 앙코르 독창회를 가져오게 하고야 말았다. 우리 나 팬들을 위해 이 얼마나 다행하고 기쁜 일인가.
코렐리의 조금도 무리를 하지 않는 그 아름답고 시원한 소리와 정열적이면서도 인간적이고 서정적인 면을 겸비하고 있는 그의 노래가 다만 완전한 벨칸토 발성법과 테크니크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이번에 비로소 그를 가까이 대하게 됨으로써 알게 되었다. 그의 체구와도 같이 순하고 대범하며 게다가 이해심이 깊고 말이 없는 그의 성격과 그 맑고 깨끗한 눈과 간혹 잠깐 미소지을 때의 그의 동심에 가까운 얼굴 표정이 그의 모든 것을 잘 말해주는 것만 같다.
예술이란 이렇게 궁극에 가서는 모든 자기 인간성의 표현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많은 이탈리아인과 음악인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의 이 북구적이고 어디까지나 신사적인 태도에 다시금 그를 생각케 하고 납득케 한다. 그는 이번 앙코르 독창회를 위해 전연 다를 레퍼터리를 택해 부르게 될 것이라 한다. 그의 폭 넓은 레퍼터리 중에서 과연 이번에는 어떤 노래를 들려 줄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그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은 누구나 느끼고 말하는 것이지만 그가 아직 나이와 함께 조금도 그의 명성과 인기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욱 완벽해 지고 무르익어 가는 그의 소리와 예술의 독자적인 경지와 매력에 경탄해 마지않는다.
누가 이 같은 매력에 다시 이끌려 그의 노래를 듣지 않을 수 있으리.
끝으로 반주자이자 지휘자인 알베르토·벤투라의 놀랍고도 훌륭한 반주 솜씨를 기억하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코·코렐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반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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