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두환 추징법' 확대, 부작용도 검토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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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추징금 미납자에 대한 재산 추적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몰수특례법)’ 적용 대상을 일반인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버티면 그만’이란 식의 법 경시 풍조를 고칠 계기라는 점에선 긍정적이나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는 그제 정홍원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범죄수익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범죄로 인한 수익을 제3자 명의로 숨겼다고 해도 직접 추징을 할 수 있게 된다. 가족이나 측근 명의로 은닉해놓은 재산이 발견될 경우 복잡한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 관계자 출석·자료 제출 요구와 관계기관에 대한 과세정보·금융거래정보 제공 요청 등을 통해 집행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공무원에 국한됐던 전두환 추징법의 골자를 일반인 대상 법에 이식시키는 셈이다.

 현재 추징금 집행 실적이 매우 저조한 상태로 고액 미납자 중엔 전직 대기업 총수 등이 포함돼 있다. ‘기업은 망해도 오너는 산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미납 추징금이 17조9000여억원에 이르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집행돼야 한다”는 취지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다만 재산 추적 수단 강화가 자칫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검찰이 재산 추적 과정에서 포착한 범죄 혐의를 조사하면서 사실상 추징금 납부를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추징 절차가 이미 진행 중인 경우에 소급효를 인정하는 게 옳은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검찰이 진작 추징금 집행에 나서지 않아 생긴 문제를 권한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이란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범죄수익을 찾아내 국고로 환수하는 건 당연한 조치다. 과도한 법 집행에 대한 우려도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 목적이 정당하다면 그 절차 역시 흠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