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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람 잡은 「주먹구구」조사|강도로 몰린 권투 금「메달리스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경찰의 주먹구구식 억지 수사가 금「메달리스트」김수원군 (20·대전시 대화동 산 7) 을 「택시」강도로 몰아 억울한 누명을 쓰게 했다. 경찰은 「택시」강도인 이재홍을 붙잡아 김군의 누명을 벗겼지만 다시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걸어 김군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지난 69년 일본 동경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주니어·아마·복싱」대회의 금「메달리스트」인 김군이 「택시」 강도라는 충격적인 누명을 벗은 이면에는 경찰 수사가 얼마나 마구잡이었나를 드러내 주었다.
지난 10월28일 하오 9시25분쯤 대전시 대화동 대한 종합 식품 공장 앞에서 충남 영1-1662호「택시」운전사 정영식군 (20)이 과도로 위협 당한 끝에 1천원을 털렸다는 것이 사건의 발단.
우연히 11월1일 하오 2시쯤 대전 경찰서 건너편을 지나가는 김군을 본 피해 운전사 정군은 『저게 범인』이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인상이 범인과 비슷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뜻밖에 대전 경찰서 형사실에 끌려온 김군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범행을 부인했다.
운전사 김군은 정군과의 대질에서 『틀림없다』고 우겨대자 김군은 억울하다면서 범행을 계속 부인했다. 김군은 형사들에게 발로 차이고 팔을 비틀리는 등 고문을 당하며 『왜 거짓말하느냐』고 위협 당했다.
경찰의 모진 고문에 못 이겨 김군은 이틀만에 허위 자백했다.
경찰은 김군의 집에서 김군이 등산할 때 쓰던 과도 1자루와 붉은색 「도꾸리·샤쓰」「코르덴·잠바」 농구화 등을 압수하고 범행 때의 물증으로 삼았다.
김 군은 우선 지난달 3일 (추석) 성묘 갔다 오는 길에 승차를 거부한 정군을 때렸다는 이유로 특수 강도 및 폭력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전 경찰서에 구속되었다.
김 군은 구속된 뒤 조사계 심문에서 모두 범행을 부인하고 억울함을 다시 호소했었다.
그러나 경찰은 ①피해자가 대질 심문에서 범인이 틀림없다고 거듭 주장하고 계속 김군을 범인으로 몰았다.
「주니어·플라이」급의 유망주인 김군은 억울하게 구속됨으로써 지난 3일 부산에서 열린「뮌헨·올림픽」 권투 출전 선수 선발전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9일 하오 5시쯤 경찰은 대전역 옆 농협 공판장 앞길에서 최근 대전에 잇따른 「택시」 강도범으로 이재홍군 (20·떠돌이) 을 검거했다.
이는 10월25일 하오 9시55분쯤 대전시 둔산동 유신 벽돌 공장 앞길에서 충남 영1-780호「택시」운전사 (임정순 21·여)를 목 조르고 칼로 위협하여 3천8백원을 뺏은 것 등 5건의 강도를 자백했고 김군이 누명쓴 범행도 그대로 자백, 경찰 수사는 하루아침에 뒤집혔다.
경찰의 억지 수사가 무고한 인권을 짓밟았다는 과오를 깨닫자 충남 도경은 인권 침해 사례를 없애기 위해 일선 경찰서의 각 과장실을 없애고 (정보 과장만 제외) 과장급이 한 사무실에서 직접 감독하도록 억지 지시를 내렸다.

<대전=김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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