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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일본을 진단한다|「하버드·옌칭」 객원 교수 협회 주최|국제 학술 회의 일 굴미 교수 발표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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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 「아시아」 나라들이 오늘날 직면하는 문제는 문화사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다. 동양과 서양, 감성과 이성, 전통과 변화가 갈등을 나타내는 특수한 상황에 있다. 그 갈등은 특히 현대 일본을 「정신분열증」이라는 일종의 정신 질환을 앓게 하고 있다. 이 같이 현대 일본을 진단한 사람은 「하버드·옌칭」 객원 교수 협회 한국 지부가 주최한 국제 학술 회의에 참석한 일본 학자 굴미용삼 교수 (동경대·서양사)다. 세계 사학계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굴미 교수는 68년 동경대 분규 당시 문학부장으로서 학생들에게 연금 되어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그는 서울의 학술 회의에서 「현대 일본의 진단」이란 연제로 발표를 갖고 『사학자는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 상태를 과학적 방법을 통해 이론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기의 조국 일본을 병리학적인 용어를 빌어 「정신분열증」으로 진단하면서 그 질환이 1868년 명치유신이래 계속된 것이라고 했다.
『이성과 감정이 서로 서로 잘 조화되지 않는 상태』인 이 증상은 결국 파멸로 나가게 마련이다.
현대 일본인, 일본 사회가 비록 대부분은 잠재적이지만 이성과 감성 사이에 갈등을 안고있으며 이성이 감정을 잘 지도하지 못함으로써 감정의 반동, 사나운 반항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 증상은 또 서구 문명과 전통적 일본 문화의 대립이란 형태에서도 나타난다. 서구 문명은 이성적인 것, 일본 문화를 감성적인 것으로 말하는데는 문제가 없지 않으나 유교와 불교가 발전시킨 합리주의 전통은 기본적으로 일본인 정신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특성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 주된 원인은 일본이 대륙과 떨어져 아주 고립된 환경 아래에서 성장했다는데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의 고립된 환경이 독특한 문법을 갖는 단일 언어를 형성케 했지만 그 언어는 문법적인 인칭에서 명백한 구분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따라서 1인칭과 3인칭을 혼돈 하는「인터펠러쉽·랭귀지」 (중간 언어)의 특성을 갖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일본어의 특성이 예를 들어 1인칭을 빼먹는 것 같은 특수한 형태의 구문법을 일본 사람들에게 주었을 뿐 아니라 언어 외적인 면에도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특히 언어와 사고를 분리해서 볼 수 없기 때문에 사고 방식에도 영향을 주게된 것이다. 이 같은 언어의 특징이 일본인으로 하여금 논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게 하고 감정적이며 직관적으로 사고하게 만들었다.
그뿐더러 일본인은 어떤 형태의 단일신론도 창조하지 못하고 또 단일규준의 도덕률도 만들지 못했고 범신적 세계에 살았다.
일본이 역사상 고립되지 않았다면 일본인은 단일신론을 만들고 엄격한 문법을 갖는 언어를 가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았다.
객관적 사고를 못하는데서 부터 일본은 고도로 국제화한 오늘의 세계 사회에서까지도 중간 언어에 기반을 둔 흐리멍덩한 사고를 가진 폐쇄 사회로 만들고 있다.
문화 혁명이라 할 수 있는 명치유신은 전통 문화를 믿받침 하는 가치 체계를 전반적으로 전도시켰고, 일본인은 급진적인 교육 개혁을 통해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배워왔지만 아직도 전통적 일본 문화와 「유럽」 문화 사이의 과학적 연결을 짓는데는 곤란을 겪고 있다. 전통 문명과 서양 문화는 각각 이해될 뿐인데서 갈등·정신분열증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갈등은 2차 전후의 급격한 가치전도, 「스탈린」 격하에 따른 지적 갈등, 후기 산업 사회의 문제에서 특히 신경질적이고 충격적인 반응을 낳고 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표현된 평상적인 일본인의 정신 상태에서도 이 「정신분열증」을 볼 수 있다. 그는 학생 폭동,「히피」, 「프리·섹스」등도 이 현상에 포함하고 있다. 두개의 심성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는 「바늘구멍보다 더 좁은 통로」만이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시 일본어의 문제로 돌아가는데 그는 덕천 시대의 정치학자 「환산」의 방법을 해결책으로 들고 있다. 동양의 사고 진수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새로운 말, 새로운 개념을 발견해서 「유럽」어로 설명하는 방법을 그는 높이 평가한다.
불교나 유교를 불교나 유교의 말로 옮길 것이 아니라 서구의 적합한 용어를 발견하고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설명하는데서 간격을 해소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의에 참가한 한국 학자들은 감성과 이성의 갈등 같은 현상은 일본만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한국어에서도 1인칭을 생략하고 3인칭이 더 발달된 현상이 있으며 이성·감성의 양극성은 전통 사회에서 현대 사회로 이행한 전환기의 공통 현상이라고 보았다.
굴미 교수는 『인간성의 문제가 모두 공통적이지만 일본의 경우는 가장 두드러지며 그 심각성은 동대 학생 사건이나 「닉슨」의 중공 접근 때의 일본 신문들이 「충격」이란 말로 보도하는 태도에서도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는 환산씨의 경우처럼 현대 사회 과학의 방법으로 전통적 사상을 해석해 이해함으로써 양극성에 다리를 놓을 수 있다고 보고 또 「모리·아리마사」가 일본 언어를 논리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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