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간 비인간화 경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회철학자이며 전위적인 건축비평가인 「루이스·멈포드」가 최근 그가 스스로 대표적 저술이라고 얘기하는 『기계의 신화』의 제2권인 『힘의「펜티건」』을 내놓았다.
올해 76세의 「멈포드」는 38년에 「호놀룰루」시의 팽창을 조절하는 계획을 내놓았다가 거부된 뒤에 오늘날에 와서야 비로소 꼭 채택했었어야만 했던 계획의 제안자로서 그 선견을 평가받게 된 인물이다. 자기 생전에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한 역사상 흔치않은 인물이라 할까.
그는 생존·인간·문명·생활·역사와 같은 말을 제목으로 쓴 20여권 대저의 저자인 것이다.
『지금은 평상시대가 아니다. 도덕이 붕괴되고 문명자체가 분해하는 무서운 시대라는 것을 우리가 알려고 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고 그는 최근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 집 문을 붙들어 달기 위해 나사못을 사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 위험 속에 살고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생활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혼자 있기 싫어서 하루종일 음악을 들어야 하게 했고 TV를 켜놓고는 세상과 밀접하게 연결을 갖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인간이 이처럼 외로왔던 때는 없었다.』
그는 인간의 도구를 만드는 능력자체를 공격하지는 않지만 큰 기계를 생산하려고 미쳐 날뛰다 보면 인간 스스로를 단순한 「보튼·푸셔」(단추 누르는 기계)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을 기술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하는 것은 비 기술적 행위』라는 것인데, 즉 인간이 자기의 역경에 적응하다보면 스스로 만들어 낸 기계화된 환경에 스스로를 적응시키게 돼서 쉽사리 매연이니 오염이니 비인간화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어떠한 정당도 무력한 대중을 고려하지 않으며 급진파에 투표 하든가 투표를 포기하는 것 같은 소외를 느끼는 미국 성인문제에 대해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의 제도는 조그만 집단들을 공동의 기초 위에 집합시키기 위해 고안 된 것이다. 미국과 같은 커다란 조직을 운영하는데 있어 민주주의 방식으로 조정하기에 적당한 기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이다. 이것을 한꺼번에 처리하려들 때 독재와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비록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마을생활』같은 생존의 안정된 기본단위의 필요를 생각한다.
대도시도 결국 모든 사람이 서로 서로를 인간으로서 알고 사는 「마을」들의 집합으로 보는 것이다.
「멈포드」와 같은 주장을 하는 건축비평가 「제인·제이콥스」가 「활동성」을 강조하는데 비해 그는「안정」을 내세운다.
전쟁의 위협 아래서 30세 이상을 사는데 자신을 잃고 있는 「현세대」의 생활태도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그는 TV와 「라디오」가 사람들로 하여금 독서습관을 없애고 있다고 지적, 위험스럽게도 제어하기 쉬운 문맹인구를 이들이 만들어 내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현대인류의 문명을 논평하면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암을 진단하는 외과의는 비관할 수밖에 없다. 그는 비관론자는 아니지만 실재하는 상태가 비관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나도 비관론자는 아니지만 내가 분석한 세계는 틀림없이 비관적인 상태에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