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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축구 박은선 ‘성별 논란’에 네티즌 분노 “인권 침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여자 실업축구 WK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은선(27·서울시청)에 대해 때아닌 성별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여자축구연맹 관계자는 5일 "서울시청 외의 6개 구단 감독들이 박은선의 성(性) 정체성을 문제 삼으며 내년에 박은선을 리그 경기에 뛰지 못하도록 하자고 결의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박은선은 한국 여자축구의 특급 골잡이다. 키 180㎝, 몸무게 74㎏의 당당한 체격을 갖춘 박은선은 올 시즌 19골을 몰아 넣어 득점 1위에 올랐다. 박은선은 2003년 19세 이하 아시아 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MVP에 올랐다. 또 그해 미국 여자월드컵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5년 동아시아대회에서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후 소속팀을 이탈하는 등 개인적인 문제를 일으켜 긴 슬럼프를 겪었고, 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서울시청은 "선수 인권이 걸린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네티즌들도 분노했다. 5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박은선 선수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네티즌 청원이 등장했다. 누리꾼들은 "이건 인권 침해다", "여성으로서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등의 의견을 내놓으면서 반발하고 있다.

올해 박은선은 리그 득점왕에 오르면서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었다. 그동안 박은선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6개 구단에서 갑자기 박은선의 성 정체성을 문제삼는 것은 극단적인 구단 이기주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는 여자 선수의 성 정체성을 문제삼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 우승자인 카스터 세메냐(22·남아공)는 남자 같은 체격 때문에 성 정체성 논란에 휘말렸다.

결국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세메냐의 성별 판독을 했고, 2010년 7월 여성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세메냐의 호르몬 검사 결과는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제2의 세메냐 논란'을 막기 위해 2012 런던올림픽 때부터 여자 선수의 남성 호르몬 적정 수치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일반 여성보다 남성 호르몬이 많은 여자 선수의 경우 어느 정도 수치까지 국제대회 출전이 가능한지 정한 규정이다. IOC는 "여자 선수의 호르몬 검사는 요청이 있을 때만 실시하며, 검사에서 나온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의 로컬룰에는 호르몬 검사에 관한 규정이 없다. WK리그 6개 구단이 박은선의 성 정체성을 문제삼는다고 한들 한국 리그에서 박은선을 제재할 근거는 전혀 없다. 박은선은 대한축구협회에 여자 선수로 등록돼 있다.

온라인중앙일보·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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