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4에 담긴 한 방의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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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32강전> ○·우광야 6단 ●·서봉수 9단

제4보(33~44)=돌이 뒤엉키면 욕망이 꿈틀대고 사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집니다. 지금의 접전은 매우 어려운데요. 무엇보다 ‘한 방의 유혹’이 수시로 고개를 치밀기 때문에 그걸 억제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요. 이 판이 끝난 뒤 서봉수 9단과 2시간 넘게 복기했던 박영훈 9단과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 백△로 백도 안정된 모습인데….

 (영훈)=“속수지만 33, 35가 꽤 실전적이었다. 이게 싫다면 백도 그 전에 하나 밀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참고도1의 수순).”

 -37은 무슨 의미인가. 손해 아닌가.

 (영훈)="다목적 수단으로 일리 있는 수다. 백 전체의 사활을 노릴 수도 있고 흑 귀의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이 수가 예기치 않게 잠시 후 큰일을 해낸다).”

 - 39로 귀를 안정시키며 백 전체를 엿보는 형국이 됐다. 전체적인 전투의 흐름은 어떤가.

 (영훈)="난해하기 그지없다. 본시 흑이 약간 무리한 싸움이었는데 주변 흑이 강해 실제로는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44가 문제여서 백은 이때부터 흐름이 꼬이게 됐다.”

 박영훈 9단은 44 대신 ‘참고도2’ 백1로 한 칸 뛰는 게 좋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우광야 6단은 평범이 싫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상대가 머리 하얀 노장이라는 게 자꾸 욕망을 부채질했을 수도 있겠지요. 44는 연결을 차단해 어려움을 안겨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어 ‘참고도2’ 백1보다 강력합니다. 하지만 흑A를 유발시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흑A 자리는 백에도 급소 아니겠습니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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