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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풍조의 일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퇴폐풍조단속에 나서고 있는 검찰은 27일, 하룻 동안에 재일·재미교포와 고급공무원 등이 낀 2개조의 대규모 상습도박자들 남녀 16명을 검거하고, 다른10여명을 수배중이라고 한다.
서울지검 보건부 발표에 의하면, 이들 중 김성환조는 하루평균 2백40회의 「포커」놀이로 한판에 판돈 7백여 만원을 걸어, 지금까지 모두 2억8천만원상당의 도박을 해왔고, 또 박문천조는 2억여원의 도박판을 벌여왔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외인주택과 「맨션·아파트」를 전전하면서 큰판을 벌여 개장비만도 하루에 10만원, 많으면 40만원씩 지불했다는 것으로 이 소식은 세인을 아연케 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이다.
이들 상습도박꾼들은 친지를 통해 돈 많은 친구의 명단을 작성, 이들을 끌어들여 도박판을 벌여왔다는데 이들의 꾐에 빠져 5천여 만원을 잃은 모회사사장은 부도를 내고 자살소동까지 벌인 일조차 있었다한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상습도박은 무엇보다도 큰 퇴폐풍조의 근원으로, 힘들여 일하지 않고 놀면서 일확천금 하겠다는 허황한 사행심을 길러 국민정신을 좀 먹게 하는 것이기에 이런 폐풍이 일소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형법도 상습으로 도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만원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있으며 또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개장한 자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것은 국가가 도박행위의 반사회성을 절실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검찰이 이들 상습도박꾼들을 검거하고있는 반면에 또 다른 한편에선 국가에서 공인하고 있는 상습도박장이 버젓이 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하나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그 동안 형법의 규정은 그대로 둔 채, 「복표 발행, 현상, 기타사행 행위 단속법」을 개정하여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오락시설로서 외화획득에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내무부장관 또는 지방장관이 이들 사행행위를 허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일반시민의 도박풍조에 대해서는 엄중한 형사적 소추를 가하면서 관광「호텔」등에서 개장하고 있는 공인도박은 이를 오히려 권장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왔다.
그 대표적인 실례가 국내 몇몇 관광「호텔」에 설치된 이른바 「카지노」로서 여기서는 「루레트」·「포커」·「슬로트·머쉰」등 온갖 형태의 도박이 성행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국인의 이러한 「카지노」에의 출입은 외국인이 동반할 경우에 한한다는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는 이것이 내국인에게도 개방된 공개도박장임을 모를 사람은 없다.
얼마 전에는 이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 재물을 빼앗긴 피해자들이 단체까지 구성한 것처럼 보도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카지노」영업이 얼마나 국민의 퇴폐풍조를 부채질하는 비윤리성을 가졌는가는 명백하다고 하겠다. 정부가 몇 푼 안 되는 관광수익 획득하려고 계속 「카지노」영업을 허가하는 경우, 상습도박꾼을 검거하고 처벌하는 국가의 윤리성이 퇴색한다는 사실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날 도도히 흐르는 퇴폐풍조의 내력을 엄밀히 따진다면 실상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인사들이, 예컨대 이 「카지노」와 같은 도박장에 합법을 가장한 채 출입하며, 비밀요정 등에서 호유하고, 부정부패를 저질렀기 때문에 어느덧 그 흐려진 물결이 일반국민에게 까지 침투하고, 심지어 국민학교 아동들까지도 내기 흉내는 습성을 기르게 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정부가 퇴폐풍조의 단속을 위하여 상습도박꾼을 계속 적발하고 처벌하는데 대해 적극적인 성원을 보내는 바이지만 이와 동시에 「카지노」와 비밀요정 등을 단호히 없앰으로써 지도층 인사부터 실질 강건한 생활을 영위하여 솔선 수범해 주기 바라지 않을 수 없다. 외국잡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에 공인 「카지노」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에 대한 국제적 성가를 떨어뜨리게 하는 요인임을 당국은 차제에 거듭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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