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향서 하나, 학교지역서 하나|미 대학생 투표권 행사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켄트(오하이오주)=이성형 통신원】최근 미국대학가에서는 대학생들의 선거권이 그들의 고향에 있느냐, 아니면 대학이 위치한 지역에 있느냐를 둘러싸고 「캠퍼스」와 「타운」사이의 대립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 논쟁의 발단은 지난여름 「셰익스피어」 대학생 9명이 다른 지방에서 온 대학생들의 「캠퍼스」 지역 내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오하이오」주 선거법이 위헌이라고 지적, 대학생들의 선거권은 대학이 위치한 지역에서 행사돼야 한다는 주장을 법원에 제소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에 대해 최근 「신시내티」 연방 공소원은 학생들의 주장을 인정, 대학생들의 투표권이 「캠퍼스」가 있는 지역에서 행사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이 심리되는 동안에는 크게 시끄럽지 않았던 이 논쟁이 일단 학생들의 주장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지자 대부분의 대학 도시 주민들이 일제히 이에 반발,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준비를 서두르고있다.
학생들의 주장은 그들이 재학 중 대학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그들의 일상생활과 관련이 깊은 시장·시의회의원 등을 선거할 권리가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도시의 시민들은 몇 년간, 또는 일시적으로 공부만 하고 떠나는 학생들이 공식적인 시민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 도시의 진정한 문제들을 인식할 수 없다고 반격하고 있다.
시민들은 또 많은 지방대학도시들이 시인구보다 오히려 학생 수가 많거나 숫자가 서로 비등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대학지역에서 투표권을 갖게되면 시정을 학생들 마음대로 요리해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예를 들면 실제로 「오하이오」주 「옥스포드」시에 있는 「마이애미」대학은 학생수가 1만2천5백명인데 시 인구는 고작 7천명이다.
특히 최근에 선거권이 21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추어짐에 따라 대학생들은 거의 모두가 선거권을 갖게되어 대학 도시 주민들은 더 큰 위협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여하튼 최종결정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게 되었으나 이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스튜던트·파워」와 직접 관련된 「타운」 대 「가운」(대학을 상징)의 대립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논쟁의 귀추가 주목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