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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후송되는 여성 만지작?…119 성추행 의혹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앵커]

긴급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하는 곳, 바로 119죠. 그런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 119대원이 구급차량 안에서 여성을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하죠? 이 성추행 혐의에 대해 해당 구급대원은 강력하게 부인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성추행을 둘러싼 두 사람의 진실 공방, 오늘(5일) 긴급출동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9월 9일 새벽 2시,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서 30대 주부가 자살을 기도했습니다.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여성은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게 발견됐습니다.

곧바로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여성, 다행히 생명에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이 여성은 병원 이송 중 구급대원이 가슴과 중요 부위를 만졌다는 충격적인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 여성은 구급대원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구급대원은 명예훼손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화성서부경찰서 관계자 : 한 사람은 '만졌다' 한 사람은 '안 만졌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 몰라요. 알 수가 없어요.]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구급대원 서 모 씨를 찾아갔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취재진은 서 씨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서 모 씨/119 구급대원 : 제 입장은 크게 할 말이 없는데… 지금 억울한 면도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제가 발언하는 것 최대한 자제하려고 하거든요.]

취재진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유정 씨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김유정(가명)/성추행 피해 주장 여성 : (구급대원이) 하의로 손을 이렇게 넣는 거예요. 속옷 속으로 음모가 닿을 정도로… 너무 창피했었거든요.]

김 씨의 증언들은 상당히 구체적이었습니다.

[김유정(가명)/성추행 피해 주장 여성 : 저를 흔들면서 가슴, 유두 부분을 이렇게 비비는 거예요. 모유를 먹으면서 한쪽 속으로는 아기가 (가슴을) 만져요. 그 모유 먹는 아기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다음 날, 취재진은 사건을 관할하고 있는 소방서를 찾았습니다.

구급대원 서 씨가 구급차량 안에서 김유정 씨를 추행한 것은 과연 사실일까?

[김병일/화성소방서 현장대응1팀장 :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꼈다면 그것은 저희 직원이 과잉 행동을 했다고 그 (여성) 입장에서는 생각할 수 있지만… . 그 당시 상황은 그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추정이 됐고, 의식 확인 하는 차원에서 유두 부위를 꼬집었다….]

가슴에 손을 댄 건 사실이지만 환자의 의식을 확인하는 응급조치였다는 것입니다.

다른 구급대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일반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응급조치일 뿐만 아니라 소방 교육기관에서도 교육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김금숙/서울특별시 소방학교 교수 : 남들 보기에도 좀 그렇고요. (가슴을) 노출시켜야 되니까 의식을 확인하는 방법은 그것(유두 꼬집기) 말고도 많기 때문에 그것을 하라고 학교에서 가르치지는 않아요.]

소방서 측은 수면 유도제를 복용한 김유정 씨가 응급조치를 성추행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병일/화성소방서 현장대응1팀장 : 신체는 움직이지 않았고 여자 분의 의식수준이 양호한 편이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김유정 씨의 주장은 다릅니다.

[김유정(가명)/성추행 피해 주장 여성 : 기억을 못하거나 이런 건 없고, 그냥 몸이 가볍고 늘어진다는 느낌만 있었어요. 말을 표현을 못 해서 그렇지. 들리는 거랑 이런 (만지는) 거는 다 알았거든요.]

약국에서 구입한 수면유도제를 열 다섯알 가량 삼켰다는 김유정 씨.

당시 의식이 있었다는 말은 사실일까.

[한진규/서울 수면센터 수면의학 전문의 : 완벽히 확 재우는 수면제는 아니기 때문에 그런 약을 그 정도 먹으면 생각의 일부는 완전히 잠이 들지 않고 그래서 반 각성상태라고 이해하시면 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수면의학 전문의는 김유정 씨의 주장이 충분히 현실성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사건의 열쇠는 구급차량에 설치된 CCTV.

지난 2010년부터 구급차량 내 CCTV 설치가 의무화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건 다음 날인 9월 10일, 김유정 씨 측은 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량 내 CCTV 확인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김유정(가명)/성추행 피해 주장 여성 : 인터넷으로 영상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게 있대요. 절차가 복잡하대요. 그러면서 나중에 열흘이나 보름 후에 확인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며칠 뒤, 공개가 가능하다고 했던 CCTV 영상이 사라지고 없다는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고 합니다.

[김병일/화성소방서 현장대응1팀장 : (CCTV) 업체 직원이 "포맷해야 (CCTV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포맷하지 않고는 정상 작동이 힘들다"]

고장난 CCTV수리 과정에서 포맷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소방서 측의 입장.

[김유석/성추행 피해 주장 여성 남동생 : "CCTV 녹화 내용 다 확보할 수 있다. 볼 수 있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갑자기 포맷됐다고 하니까 황당한 거죠.]

그런데 소방서 측은 포맷됐다던 사건 당일 CCTV영상이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김병일/화성소방서 현장대응1팀장 : 9월 10일 날 (여성 측과) 통화를 하고 외장하드를 가지고 와서 확인을 해보니까 녹화가 8월 10일 이후에는 안 된 거예요. 한 달 치가… (그걸 9월 10일 날 확인을 한 거죠?) 네. 그렇죠. (여성 측과) 통화한 이후에….]

그렇다면 왜 소방서 측은 있지도 않은 CCTV 영상을 김유정 씨 측에 공개한다고 했던 걸까?

[김병일/화성소방서 현장대응1팀장 : 경황이 없는 와중에서 그렇게 미흡하게 대처를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영상이) 없는 상태인데 그걸 알면서도 그걸(정보공개청구) 안내를 했다는 것은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김유정 씨 측은 소방서에서 일부러 증거를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유석(가명)/성추행 피해 여성 남동생 : 저한테 얘기한 내용과 그 사람들이 대처하는 모습을 보니 일부러 지웠다고 밖에 볼 수가 없어요. 저희는….]

문제의 CCTV 외장하드는 현재 경기지방경찰청에서 복구 중인 상황.

하지만 전문가들은 CCTV 영상의 복구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생사가 걸린 가장 위급한 순간에 일어난 사건.

피해를 주장하는 김 씨와 구급대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의혹이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온라인 중앙일보·JTBC 방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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