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무리한 사업 않겠다" … LH, 사채 발행 동결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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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더는 빚(사채)을 내 가며 무리한 사업은 하지 않겠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재영 사장이 ‘부채 공룡’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는 4일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S&P의 홍콩 본부를 찾아 “부채 축소는 이제 생존의 문제”라며 “내년부터 국민주택기금을 제외한 사채(社債)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를 물어야 하는 LH의 빚(금융부채)은 현재 103조9000억원이다. 하루 이자만 123억원에 이른다. 금융부채 중 66조4000억원이 바로 사채. 사채는 2009년 LH 출범 이후 매년 평균 4조원씩 증가했다. 매년 증가한 사채를 내년부턴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막겠다는 것이다.

 LH의 사채 발행 동결 선언은 지난 9월 무디스가 LH의 독자신용등급(정부 지원을 배제한 공기업의 재무구조를 평가)을 b2에서 ba3로 하향 조정한 게 도화선이 됐다. S&P도 지난해 11월 LH의 독자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한 단계 내렸다. 윤복산 LH 재무관리처 차장은 “당장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부채가 계속 늘면 국내외 신용도 하락이 불가피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유지훈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사채 발행을 동결하면 부채 증가 속도를 늦춰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LH는 사채 발행 동결로 생기는 사업비 부족 문제는 민간 자본 유치로 해결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사업다각화 등을 통해 연간 3조원 규모의 민간 자본을 유치할 방침이다. 또 판매목표관리제 도입으로 미분양 토지·주택 판매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LH의 미분양 토지만 30조원이 넘는다. 이 사장은 “사채 발행 동결에도 행복주택 등 정부 정책은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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