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선 난폭했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위수령 발동에 대한 신민당의 방침을 밝히는 김홍일 신민당수의 회견에는 전에 없이 30여 명의 당 간부와 의원들이 자리를 함께 해 이 사태에 대한 우려와 관심을 반영.
김 당수는 미리 준비한 성명을 낭독하기 전에 『국회가 개회 중인데도 국회의 의견을 물어 보지도 않고 이런 조치가 느닷없이 취해진 것은 슬픈 일』이라고 침울한 얼굴.
그러나 당수회견이 끝난 뒤 일부 젊은 의원들은 성명이 미온적이라고 불평. 박종률 의원은『왜 위수령을 불법·무효라고 규정치 않느냐. 보통 때 회견과 다를 게 없다』고 했고, 이택희 의원은『긴급사태에 대처하는 자세가 뚜렷치 않다』고 비만.
이에 대해 김수한 대변인은『당수회견을 의원들이 뒷받침할 것이지, 무엇이 잘못됐다는 거냐. 박 의원(박종률) 더러 초안을 만들어 보라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공화당의원들은 정부의 강경한 학원대책에 대해『불가피한 것』으로 여기면서도 조속한 수습을 촉구했다.
정부로부터 최근 사태를 보고 받기 위해 소집된 16일 의원총회에 나온 여당의원들은 몇 명씩 모여 사태발전에 대한 정보를 교환.
회의에서도 발언들이 많았는데 그 몇 토막을 옮겨 보면
△홍병철 의원=군인들이 수습과정에서 특히 어떤 대학에서 난폭했다고 하는데 집행과정이 잘못돼 대통령의 의도가 잘못 반영되면 곤란하지 않는가.
△유재흥 국방장관=어떤 대학에만 특히 엄격히 하도록 지시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으며 학생들과 투석전이 벌어져 물의가 있었던 걸로 안다.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최재구 의원=문교부는 총·학장회의만 열 것이 아니라 학생처·과장 회의를 자주 열어 학원의 문제점을 적시에 파악해서 합리적인 조치를 미리 강구했어야 옳은 것이 아닌가.
신민당 소속 의원들은 16일 일제히 오른쪽 가슴에 『공화당은 국회를 정상화시켜라』고 쓴 대형 흰「리번」을 달고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김재광 원내총무의 착상으로 길이 25㎝, 폭 5㎝의「리번」을 단 의원들은『의원총회나 간담회라도 열어 대책을 세우자』고 했고, 박해충 의원은『총무 단 만 따라 갈 수 없으니 우리끼리 대책을 마련하자』고 하여 이상신 부 총무와 언쟁을 하기도-.
결국 정헌주, 강근호, 이택돈, 신상우, 김윤덕 의원을 대표로 뽑아 장경순 부의장을 찾아가 『성원이 되었으니 본회의의 개회 선언을 하라』고 요구했는데 장 부의장은『공화당의원 총회가 끝나면 사회를 맡을 용의가 있다』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