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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 교 살인강도 희생자 조위금 학교경비에 충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 경신고등학교(교장 이하영)가 지난 8월 25일에 발생했던 동 교 살인강도사건에서 순직한 손영주 교사(34)와 수위 조원성씨(50) 앞으로 시내 1만여 중-고 교교 사와 3천여 경신 중-고 학생들이 거둬 낸 조위금 3백여 만원을 유족들에게 전하지 않고 학교 예산에 충당했음이 14일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조위금이 학교에 전달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안 유족들이 학교당국에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관계 요로에 진정,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나섬으로써 알려진 것이다.
3백여 만원의 조위금 가운데 시내 전체교사들이 거둔 1백 50여 만원은 사건발생 이틀 후인 지난 8월 27일에 소집됐던 시내 중-고교 전체교장회의에서 두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한다는 취지로 교사 1인당 1백 50 원씩을 거두기로 결의, 교사들의 월급에서 떼어 모은 것이다.
나머지 1백50만 원도 같은 취지아래 경신 중-고교학생 대의원회의에서 학생 1인당 손 교사에게는 3백 원씩 수위 조씨에게는 2백 원씩, 5백원씩의 조위금을 걷기로 결의, 모금한 것과 1백 40여 명의 동 교 교직원들이 5백∼3천 원씩을 거둬 학교에 전달한 것.
시내 전체 교사들이 거둔 조위금 1백 50여 만원은 지난 5일 서울 중등학교 교장회장단 이창갑씨(서울 고-교장)와 엄경섭씨(서울 양 정 고 교장)가 경신고교 교장실에서 이호영 교장에게 직접전하고 전체교사들이 고인들에 대한 추모의 뜻에서 거둔 조위금이니 희생자들을 위해 써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당국은 장례식을 치렀던 지난 8월 27일에 손 교사 유족에게는 3백만 원을, 수위 조씨 유족에게는 2백만 원을 위자료로 각각 주었을 뿐 각계에서 들어온 조위금은 유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학교예산에 넣었다가 유족들이 항의하자 학교측은 교장회장단이 조위금을 줄 때 유족에게 반드시 주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고 교장 재량으로 처리하라고 했으며 학생들이 거둔 것도 마찬가지라면서 조위금을 안 주었다.
학교측은 또 조위금은 위자료와 장례비 등을 마련할 때 빌어 쓴 빚을 갚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과는 달리 유족들은『설사 회장단이 그러한 말을 했더라도 조위금을 낸 전체 교사들은 희생된 두 사람을 위해 돈을 낸 것이지 학교재정에 보태 쓰라고 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 위자료는 조위금이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학교가 순직교직원에게 마땅히 치러야 할 돈이며 성질상 조위금과는 전혀 다른 것이 타고 맞서고 있다. 유족들은 또 학교에서 위자료를 지불할 당시에는 조위금을 고려에 넣지 않았을 뿐더러 시기적으로 보아 교사와 학생들의 조위금이 들어 올 것이라는 예상도 전혀 못했었다고 말하고 경신고교 관계자들은 이를 시인하고 있다.
한편 하점생 서울시교육감은 돈의 성질상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하고 진상을 철저히 캐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갑·엄경섭 두 교장의 말 전체교사들의 조위금이니 유족들을 위해 뜻 있게 써 달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만약 학교운영비에 쓴 것이 사실이라면 유감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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